[이경전의 경영과 과학] '가치 엔진', 4차 산업혁명 대표하는 기업 모델

입력 2020-11-29 16:58
수정 2020-11-30 00:30
1차 산업혁명 시기의 제조·서비스는 소규모 상점(옷 구두 식료품 자동차 등) 형태였다. ‘가치 상점(value shop)’ 비즈니스 모델이다. 장인들이 생산에 직접 참여했으며 신뢰와 명성,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핵심 요소였다. 전기에너지 네트워크를 이용하게 되면서 포드 자동차로 대표되는 2차 산업혁명의 대량 생산체제 즉, ‘가치 사슬(value chain)’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된다. 생산 과정을 일관되게 연결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생산 속도의 획기적 발전이 이뤄진 것이다. 오늘날 세계 톱10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가치 네트워크(value network)’ 기업, 즉 플랫폼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두 종류 이상의 고객을 매개해 가치와 수익을 창출하고, 고객이 많을수록 우위를 점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찾아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업과 AI 경제를 관찰한 결과 필자의 연구팀은 ‘가치 엔진(value engine)’ 비즈니스 모델을 발견했다. 엔진은 다른 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하는 기계로, 자동차의 경우 연료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한다. AI 시스템은 주변의 자극을 받아들여 데이터로 생성하고, 개념 필터를 거쳐 정보로 변환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AI 엔진은 데이터를 연료로 해 행동을 발생시키는데, 가치 엔진은 이런 AI 엔진을 활용해 가치있는 서비스를 산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결국 AI 기업은 AI를 핵심 기술로 사용해 가치있는 목표를 최적화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레벨4의 무인주행 택시 서비스를 미국 피닉스 지역에서 시작한 구글 웨이모와 레벨2의 전(全) 기능 자율주행 옵션을 출시한 테슬라는 가치 엔진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는데, 그 전략은 크게 다르다. 웨이모는 데이터 획득을 자사 직원이 했기 때문에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다. 테슬라는 소비자의 주행 데이터를 획득해 시간과 돈을 아꼈고 웨이모의 10배가 넘는 자율주행 마일리지를 확보했는데, 테슬라 시스템의 실수와 운전자의 부주의가 겹치면서 희생자를 발생시켰다. 웨이모의 접근 방법이 더 윤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테슬라는 오직 딥러닝에 기반한 방법론으로 소비자들의 운전 습관이 좋지 않으면 테슬라의 AI 엔진이 이를 모방할 가능성도 있는 반면, 웨이모는 규칙 기반 시스템을 혼합함으로써 인간 운전자가 평소에 지키지 않는 운전 규칙을 지키도록 강제할 수 있다.

양사는 인간·AI 협업 전략도 크게 다르다. 웨이모는 인간이 운전석에 앉아선 안 되고 핸들도 만질 수 없다. AI가 모든 것을 책임진다. 반면 테슬라는 인간이 운전석에 꼭 앉아야 하고, 전방 주시 의무를 지닌다. 인간 운전자가 책임을 공유한다.

수익 모델도 다르다. 웨이모는 고가 장비인 라이다(LiDAR)를 장착해 자동차 판매가 아직 어렵고, 특정 지역의 3차원(3D) 지도를 구축해 이에 기반한 무인택시 서비스를 지역적으로 확장해나가는 모델이다.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저가인 카메라와 레이더를 쓰기 때문에 자동차 판매가 가능하고 3D 지도를 사용하지 않으므로 어떤 지역에서도 자율주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실수 가능성이 있어 부주의한 운전자가 희생될 우려가 있다.

가치 엔진 사업을 발전시키고 유지하는 전략에서도 다르다. 웨이모는 원격에서 다수의 무인주행 택시를 관리하는 인력이 필요한 반면 테슬라는 그런 인력이 필요없다. 다만, 두 회사 모두 AI 엔진 성능을 계속 유지하고 높이는 기계 학습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기업은 결국 자체적으로 AI 엔진을 개발해 AI 기업이 돼서 가치 엔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거나 다른 기업의 AI 엔진을 활용해 연동하는 형태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또는 AI 기반 비즈니스 혁신을 꾀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은 시장과 비용 절감 효과와 고객 가치가 큰 최적화 아이템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사업을 유지하고, 서비스를 통한 데이터 축적에 따라 조직·제품·서비스·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과 가치가 커지는 ‘데이터 효과’를 발생시켜 경쟁우위를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