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집값이 겨우 3000만~4000만원 올랐나 그래요. 여기는 거래가 활발하지도 않고 집값이 거의 오르지도 않았는데 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거냐 사람들의 반발이 거세죠.”(부산 수영구 망미동 H공인 관계자)
정부가 최근 부산시 해운대·수영·동래·연제·남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그간 오히려 집값 상승세에서 소외된 곳에서 ‘억울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에 포함돼 있긴 하지만 집값이 많이 오르지 못한 지역이다. 수영구 광안동·망미동·민락동 등을 비롯해 해운대 반송동·반여동·좌동 등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의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가격상승률이 높지 않은 지역까지 규제 대상이 되면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세부 행정구역에 따라 집값 편차가 큰데 규제 지정 단위가 시·자치구로 묶이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를 분석해보면 부산 수영구 민락동 광안현대하이페리온 전용면적 140㎡ 아파트는 지난달 5억4000만~5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앞서 2017년 11월 같은 면적 주택이 5억3300만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3년새 가격이 소폭 오르거나 제자리 걸음을 한 셈이다. 반면 수영구의 대표 고가 단지인 남천동 ‘삼익비치’ 전용면적 131㎡는 지난달 20억9000만원에 팔렸다. 2017년 11월 같은 면적 실거래가 5억원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동안 약 16억원 뛰었다.
해운대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된다. 해운대구 좌동 롯데캐슬마스터원 전용 84㎡는 지난 2016년 11월 5억2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말에도 5억3300만원에 거래되며 매매가 5억원대선을 유지했다. 4년째 집값이 거의 오르지 않고 있다. 같은 구 우동의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46㎡가 4년 전 9억대 중후반선에 거래되다가 최근 18억5000만~19억7000만원에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집값 변동폭 차이가 크다.
이처럼 특정 동(洞)으로 투자자금이 쏠리면서 아파트 값 상승률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이 속한 전체 시·군·구가 일제히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뜻하지 않은 피해자가 양산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을 지정하는 방식을 동·읍·면 단위로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부동산 규제 정책 검토 시 동별 적용 바랍니다’라는 게시글을 쓴 글쓴이는 “해운대 우동이나 중동은 일명 부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라 조정구역으로 인한 정부의 규제에 까딱하지않고 버틸 재량이 있다”면서도 “(반면 해운대구 내) 좌동·석대동·반여동·반송동 등은 일반 서민이 사는 동네로, 함께 규제에 묶이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남구에 사는 박모 씨도 국토부 여론광장에 올린 ‘부산 규제 세분화해주세요’라는 글에서 “이사갈 집은 계약서를 썼고 사는 집은 안팔린 상태”라며 “이사갈 집을 무리해서 샀는데 (남구 조정지역 지정영향으로) 현재 살고 있는 집 가격이 내려가면 이사를 못간다”고 호소했다.
이에 정치권과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규제지역을 보다 정밀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투기과열지구의 지정 단위를 읍·면·동으로 낮추는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어 김교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조정대상지역은 시·군·구 또는 읍·면·동의 지역 단위에서 그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로 지정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 같은 경우는 특히 더 지엽적으로 집값 상승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지역을 일괄적으로 묶어버리면 오히려 중저가 아파트 서민들의 구매력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