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 규제·수가 체계 확립 중…빠른 성장 전망”

입력 2020-11-27 16:15
수정 2020-11-27 16:16


‘제2회 한경바이오인사이트 포럼’이 27일 한국경제신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됐다. 2부에서는 최근 국내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디지털 치료제’에 대해 다뤘다. 신재용 아주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의 진행으로 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 강성지 웰트 대표가 화상에서 대담을 진행했다.

‘디지털 치료제, 국내 시장의 성장동력은?’이라는 주제로 현재 디지털 치료제의 개발 현황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 지침(가이드라인), 해외 사례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치료제의 국내 시장성을 짚어 봤다.

최근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을 받고 있는 데 대해 신재용 교수는 “기업은 웰니스 사업을 통해 이미 충분한 기술력을 축적했다”며 “정부는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 패러다임으로 비용이 급증하는 문제를 디지털 치료제를 통해 예방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으로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송승재 대표는 “언택트 트렌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디지털 치료제가 주목받고 있다”며 “대면 진료를 보완하고 집에서 자기 관리가 가능해 디지털 치료제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지 대표는 “지난 8월 식약처에서 발표한 디지털치료기기 가이드라인이 큰 역할을 했다”며 “미국의 경우 2017년 페어 테라퓨틱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으면서 산업이 커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시기가 올해에서 내년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합성의약품은 먹기만 하면 화학적인 반응에 의해 질병이 낫지만 디지털 치료제는 그렇지 않다. 송 교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자들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포인트”라며 디지털 치료제의 강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가 먹는 약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디지털치료제는 먹는 약이 채워주지 못하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갭을 메우고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먹는 약과 상호작용해 치료의 효과를 높이는 역할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먹는 약으로 치료가 어려운 분야를 공략할 수 있다”며 “신약개발이 쉽지 않은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생활습관을 교정해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성질환 분야, 인지행동 치료 효과가 큰 신경정신과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 질환에 대해서는 디지털 치료제가 1차 치료법을 대체하거나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는 유통이나 재고에 대한 부담이 없어서 가격이 아주 탄력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디지털 치료제가 의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 역시 “고질적인 국내 의료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선제적 솔루션을 제시하는데 디지털 치료제가 유용할 수 있다”며 “자원 배분에 최적화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기 때문에 한정된 의료자원 배분에 최적화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자들은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 수준인 디지털 치료제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ICT 인프라와 고품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테스트베드가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 시장의 국내 현황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가 디지털헬스를 포함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전개하고 있다”며 “보건당국은 디지털치료기기 도입을 위한 요양급여 및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의료기기 품목 신설, 신의료기술평가 대상 포함 등 규제 및 수가 체계를 정립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등 디지털헬스 선진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독일의 경우 디지털 치료제를 포함해 신의료기술에 대해 1년간 관행수가를 적용한다. 제약사나 의료기기 회사가 다른 국가에서 인정받은 수가나 유사한 합리적 수가를 제시해 시장에 먼저 진입하고 1년 뒤 경제성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미국은 ‘21세기 치료법’을 제정하고 FDA 산하에 디지털헬스 전담부서를 뒀다. 또 개발 기업에 대한 사전인증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강 대표는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을, 보험자 측면에서는 영국을 참고하면 합리적인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가와 관련한 이야기도 나눴다. 송 대표는 “디지털 치료제와 같은 신기술의 제도권 편입을 위해 수가화는 필수”라며 “현재 수가화를 위한 규제 프로세스가 빠르게 정립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의료기기 관련 요양급여 가이드라인도 나와 디지털 치료제의 수가화 예측 가능성도 제고됐다고 했다. 그는 “표준진료지침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처방되고 대중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진단용인 의료 인공지능과 달리, 디지털 치료제는 치료기기로 분류돼 수가의 경제성을 입증하는 데 유리한 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신 교수도 “기존 여러 부처 간 사업에서 경제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제품을 위주로 수가화를 우선 실시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원가 계산과 의료진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전국단위 시범 사업이나 예산 사업으로 진행한 후, 이중 일부를 급여화하는 정책이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