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사진) 직무배제와 관련한 국정조사를 제안했다가 주저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야권은 윤석열 총장 국정조사를 제안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벌써 '레임덕'이 왔냐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국정조사도 함께 하자고 역제안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힘 등 야권이 합심해 '추-윤 국정조사'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난달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총장의 '작심 발언'이 나온 상황이 재연될 것을 우려해 여권이 조심스러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낙연이 먼저 던졌지만…후속 대응 없는 민주당가장 먼저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언급했던 인물은 이낙연 대표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 언급 이후 여당 내부에서 추가 움직임이 없다. 야권에서 공동전선을 구축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여당은 구체적 움직임이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낙연 대표의 제안은 윤석열 총장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차원인데 오히려 과잉 해석돼 판이 커진 측면이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국정조사를 하겠다, 말겠다 판단한 것은 아니다. 그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해 국정조사나 특별수사로 진상을 규명하자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도 "사안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법무부 징계 절차를 신속하게 해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법무부가) 수사 의뢰했고 수사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선 국정조사를 못 하게 돼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사실상 윤석열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은 공동전선 구축…"국감 악몽 되새기기 싫은 듯"여당은 지난달 국감 당시 윤석열 총장을 향해 총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윤석열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율 선호도만 오르는 역효과를 냈다.
때문에 윤석열 총장을 국회로 부르는 것 자체에 여당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풀이도 나온다. 실제 국회 법사위에서는 야권의 거듭된 윤석열 총장 출석 요구에도 윤호중 위원장이 막아섰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윤석열 때리기'가 실질적으로는 '윤석열 대망론'을 만들어주고 있지 않은가"라며 "국정조사까지 이뤄진다면 윤석열 총장에게 역공을 당할 것이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여당 내에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봤다.
이어 "심지어 본인들이 먼저 제안해놓고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지 지도부 차원에서도 별다른 대응이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이번 국정조사가 무산되면 여당이 윤석열 총장을 두려워했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