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읽는 세상] '핀테크'로 변신하는 금융회사…플랫폼 쥔 자가 앞선다

입력 2020-11-30 09:00
금융업의 주도권이 ‘플랫폼을 가진 자’에게 쏠리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는 금융업 진출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토스도 5년 만에 ‘디지털 금융지주사’로 변신했다. 보험판매업과 전자결제업에 진출한 데 이어 2021년에는 토스증권과 토스뱅크를 연다. 토스가 고속 성장한 원동력 역시 1800만 명 넘는 회원을 거느린 플랫폼에서 나온다. 이 회사가 소개하는 카드, 대출, 보험 등에 가입자가 몰리면서 금융시장에서 협상력이 부쩍 강해졌다. 토스증권은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를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금융권에서는 “이러다가 플랫폼에 금융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여기에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이 잇따라 도입되면서 핀테크와 빅테크의 진입을 견제하기도 버거운 환경이 되고 있다. 국내 생명보험의 99%는 설계사를 통해 팔린다. ‘비대면 채널’을 야심 차게 열었다가 조용히 닫는 일이 흔하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사들이 플랫폼을 키우려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적 금융서비스에 취약하고, 과거 영업행태에서 크게 벗어나지도 못했다”고 평가했다.

해외에서도 전통 금융 사업자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안착한 전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몇 안 되는 성공 사례 중 하나로 중국 핑안보험이 꼽힌다. 핑안보험은 적극적인 기술 도입과 사업 확장을 통해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사는 10년 동안 70억달러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 R&D 인력이 3만2000명에 달하고, 이 중 과학자급 인력만 2200명을 넘는다. 그 결과 교통사고 사진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해 3분 안에 수리비 견적을 뽑아내고, 대출 신청자의 표정을 읽어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