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달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복귀하는 임무를 수행할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5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달 표본을 채취한 뒤 지구로 돌아오는 것은 치열한 우주 경쟁을 벌이던 1960~1970년대 미국과 옛 소련 이후 50여 년 만이다.
중국이 ‘우주 굴기’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우주 개발 ‘원톱’으로 꼽히는 미국은 유인 달 탐사 계획을 다시 추진하는 등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달 표본 채취 후 귀환
창어 5호는 지난 24일 새벽 하이난성 원창 우주발사장에서 운반로켓 창정 5호에 실려 발사됐다. 중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인 창어는 중국 신화에서 불사의 약을 먹고 달로 갔다는 달의 여신 이름을 땄다.
창어 5호는 지구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달 북서부 ‘폭풍우의 바다’에 착륙할 예정이다. 인류가 처음으로 탐사하는 용암 평원에서 달의 기원과 구조를 밝힐 수 있는 암석과 토양 표본을 채취할 계획이다. 과학자들은 해당 지역 토양이 기존 샘플 채취 지역보다 최근에 생성된 만큼 달의 지각 활동 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창어 5호는 달 궤도에 귀환선을 남겨두고 달 표면으로 내려간다. 채집 활동을 끝내고 이륙해 귀환선과 도킹한 다음 지구로 복귀한다. 달에서는 약 2㎏의 표본을 수집한다.
1976년 마지막으로 달 샘플을 채취한 소련의 루나 24호는 당시 170g의 표본을 가져왔다. 달에 직접 착륙했다가 이륙한 루나 24호와 달리 창어 5호는 도킹 방식을 쓰기 때문에 연료를 줄이고 적재량을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복잡한 도킹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창어 5호의 임무 수행에는 23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성공하면 중국은 미국과 소련에 이어 달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세 번째 국가가 된다. 지금까지 달 착륙에 성공한 나라도 이 세 국가밖에 없다. 인도와 일본이 현재 달 착륙선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아폴로 계획을 통해 1969년 세계 최초로 유인 탐사에 성공한 이후 1972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12명의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냈다. 382㎏에 달하는 달의 암석과 토양 샘플을 지구로 가져왔다. 소련은 1970년대 모두 세 차례 무인 탐사를 통해 달 샘플을 채취했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도 착륙우주 경쟁 시대에 소련은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1957년)를 쏘아 올린 후 불과 2년 뒤인 1959년 무인 달 탐사선 루나 1호를 발사했다. 미국도 아폴로 계획을 선포한 지 9년 만인 1969년 아폴로 11호의 유인 달 착륙에 성공했다.
중국이 선택한 경로는 달랐다.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건 1970년이지만 첫 달 탐사선은 37년 뒤인 2007년의 창어 1호였다. 30여 년간 중국은 무리한 경쟁보다는 국력 쌓기에 주력했고, 2000년대 들어 가시적 성과를 하나씩 내고 있다. 2003년 첫 유인 우주선 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2011년에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을 지구 궤도 위에 올렸다. 2013년에는 창어 3호가 달에 착륙했다.
최근의 성과는 선진국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월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한 창어 4호는 상당한 충격을 줬다. 달은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아 지구에선 늘 한쪽 면(앞면)만 보인다. 뒷면에는 전파가 닿지 않아 미국과 소련이 보낸 달 탐사선들은 모두 달 앞면만 공략했다.
중국은 지구와 달을 삼각형으로 연결하는 지점에 통신 위성인 췌차오(·오작교)를 띄웠다. 2010년 발사한 창어 2호가 성공했던 중계 시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창어 4호가 싣고 간 로버(자동차 형태의 탐사 로봇) 위투(玉兎·옥토끼) 2호는 지금도 탐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애초 설정했던 3개월의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내에 달의 남극지역에 무인기지를 세우고, 2030년대에는 유인 탐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7월엔 첫 화성 탐사선도 발사했다. 탐사선 톈원(天問) 1호는 7개월의 비행 끝에 내년 2월쯤 화성 궤도에 도착하게 된다.
중국은 2050년 10조달러 규모의 ‘우주경제권’을 건설한다는 우주 굴기 2050 프로젝트를 지난해 내놨다. 2030년 기본적인 우주 연구를 마무리하고 2040년 지구와 달의 교통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등의 로드맵도 제시했다. 미국은 유인 달 탐사 재개중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우주 개발에 힘쏟는 이유로는 △군사 목적 활용 △대내외 선전 △자원 개발 등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주 개발은 다른 나라를 직접 압박하지 않으면서도 힘을 과시할 수 있는 수단으로 효과가 높다는 평가다. 자원 측면에서도 달은 핵융합 물질 헬륨3를 인류가 1만 년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우주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온 미국은 중국을 다방면에서 견제하고 있다. 이미 2011년부터 미 항공우주국(NASA)이 중국과 모든 협력을 중단하도록 하는 법률을 시행했다. 지난달에는 미국의 2차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일본, 영국, 호주 등 7개국이 참여하기로 했다. 아르테미스는 1차 아폴로 계획에 이어 유인 탐사와 기지 건설 등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미국은 당초 달 유인 탐사 시기를 2028년으로 잡았지만 지난해 2024년으로 앞당기고 예산도 280억달러(약 31조원)를 배정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달 전역을 조사할 것이란 방침도 내놨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2011년 우주왕복선 사업을 중단한 이후 화성 등 장거리 프로젝트에 집중하기로 하고 우주정거장이나 달 탐사 등 근거리 우주비행은 민간 기업에 맡겨 왔다. 중국의 달 뒷면 탐사 성공 등을 의식해 아르테미스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ASA가 주도한 아르테미스 국제협정에서 중국은 완전히 배제됐다. NASA 측은 “아르테미스 협정은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 다양한 국제 우주 탐사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며 “중국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성공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이 새로 뛰어든 화성 쟁탈전에서도 미국은 서너 걸음 앞서 있다. 1997년부터 현재까지 화성에 착륙해 활동한 4대의 로버 모두 NASA 작품이다. 지난 8월에는 5호 로버인 퍼시비어런스가 출발했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에서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한편 산소 측정 등 유인 탐사 전초 작업을 수행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