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한 뒤 국회의 관련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거 노동이사제를 강하게 반대해왔던 야당이 서울·부산 보궐시장 선거를 앞두고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경제계는 “노동이사제가 민간기업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은 총 세 건 발의됐다. 모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법안이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비상임이사 중 근로자 대표가 추천한 사람이 포함되도록 하거나(김경협·김주영 의원안) 상임이사 중 노동이사 2인 이상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박주민 의원안) 등이 담겼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 때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좌파 쏠림 정책의 백미” “철밥통 노조에 노동이사까지 준다” 등 이유를 대며 해당 법안에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친노동 기조를 공식화한 국민의힘이 최근엔 해당 법안의 필요성 자체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국회 논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노동혁신위원장인 임이자 의원은 “노사 간 신뢰가 있다고 전제할 경우 공공부문 노동이사제는 장점이 더 많다”며 “공동의 책임과 가치노선을 공유하고 근로자들의 고용 안정과 경영 투명화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도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총파업 등을 강행하고 있는 최근 민주노총의 모습을 보면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구심이 든다”며 “그 때문에 현 시점에서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에 대한 입장은 ‘세모’”라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도 “도입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전면적인 도입은 어렵겠지만 논의는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스웨덴식 노동개혁을 언급하면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2016년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회사의 권력을 견제할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일관적인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에서는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민간까지 확대될 경우 노조가 회사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 속에서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면 공공기관 이사회까지 노사 갈등이 내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추천으로 뽑힌 노동이사는 사실상 노조 측 입장만 대변하게 돼 기관 운영의 기본 방향과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에서도 이런 부작용을 고려해 법안 논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공공기관 도입도 민간 부문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