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된 서울시 여성안심택배함

입력 2020-11-26 17:42
수정 2020-12-04 16:07
서울시가 운영하는 여성안심택배함의 이용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여성안심택배함에 예산을 계속 투입하는데도, 사용되는 택배함보다 비어 있는 택배함이 많아지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안심택배함의 평균 이용률은 52.3%로 집계됐다. 평균적으로 전체 택배함의 절반은 이용자 없이 비어 있다는 뜻이다. 2017년(61.1%)에 비해 8.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서울시는 지난달까지 월별 이용현황을 토대로 추산한 결과 올해 이용률은 50%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성안심택배는 혼자 사는 여성이 낯선 남성 택배기사를 마주하지 않고 집 주변 무인택배함에서 택배를 전달받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3년 도입한 택배함은 그해 11개로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261개까지 늘어났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택배함을 유지·관리하고, 신규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도 매년 증가해 왔다. 지난해 시가 여성안심택배 사업을 위탁 운영하는 업체에 투입한 예산은 약 5억원이다. 기존 택배함 유지·관리에 4억4000만원, 30개의 택배함을 신규 설치하는 데 40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이용 실적이 저조하자 서울시는 내년 처음으로 택배함 신규 확장을 멈추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택배함을 추가로 설치하지 않고 홍보를 강화해 기존 택배함의 이용률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성안심택배 사업이 고전하는 이유는 택배함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성안심택배함은 주로 주민센터와 도서관, 경로당, 공영주차장 앞에 설치돼 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정모씨(32)는 “무거운 물건을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게 택배의 가장 큰 장점인데, 집에서 먼 도서관이나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택배함을 누가 쓰겠느냐”고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