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집행정지 조치와 징계 청구가 위법·부당하다는 현직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들은 “징계 절차와 방식, 내용의 적정성 등에 의문이 있다”며 이번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총장도 직무정지 처분의 집행정지(가처분)와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각각 제기하며 법적 다툼에 착수했다. “과거 검란과 질적으로 달라”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는 추 장관을 성토하는 현직 검사들의 게시글이 쏟아졌다. 검찰총장 바로 아래 직급인 고검장부터 평검사까지 직급은 다양했지만 요지는 한결같았다.
전국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은 “일부 (장관의) 감찰 지시 사항의 경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된다는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일선 지검을 맡고 있는 검사장 17명은 “법적 절차와 내용에 있어 성급하고 무리하다고 평가되는 징계 청구”라며 “대다수 검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사단’이라고 불리는 이성윤·김관정 검사장은 성명서에서 이름이 빠졌지만 이들이 각각 지휘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과 동부지검에서도 평검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연수원 35기 부부장검사들은 “이번 조치가 충분한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뤄져 절차적 정의에 반하고, 검찰개혁 정신에도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동부지검 평검사들도 징계 처분이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검, 광주지검, 대전지검, 의정부지검, 춘천지검, 천안지청 등에서도 평검사들의 입장문이 나왔다. 사실상 전국의 모든 지검·지청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사들이 특정 사안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보인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사태는 과거와는 양적·질적으로 차이가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가장 최근인 2013년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감찰과 관련한 검란 사태 때는 서울서부지검 한 곳에서만 평검사회의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채동욱 찍어내기’란 논란이 있었지만 ‘혼외자 의혹’이라는 비교적 명백한 비위 혐의가 있었다”며 “지금은 의혹 수준의 혐의만으로 총장을 징계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과거 검란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수사권 조정 등에 항의하기 위한 ‘검찰의 기득권 지키기’ 성격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번엔 법치주의와 형사사법제도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검사들의 절박감이 반영돼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징계 먼저 하고 감찰위 개최” 논란검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 장관은 다음달 2일 윤 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조치를 내린 지 약 1주일 만에 징계 수순에 본격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징계위 심의에는 윤 총장이 직접 출석하거나 특별변호인을 선임해 대신 출석하도록 해야 한다.
또 당초 이달 말 열릴 예정이던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다음달 10일 열리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감찰위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다. 대통령령인 ‘법무부 감찰위 규정’에 따르면 법무부는 중요사항 감찰건에 대해 의무적으로 감찰위의 자문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건너뛰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 벌주기’를 먼저 결정한 뒤 그 벌을 내리는 근거를 뒤늦게 검토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추 장관이 지난 3일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법무부 감찰위의 자문)를 개정한 것이 비판을 받고 있다. 개정 전에는 ‘법무부 감찰위 규정에 따라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에 자문해야 한다’고 돼 있던 조항을 ‘법무부 감찰위원회에 자문할 수 있다’로 바꿨다. 의무 조항이 선택 조항으로 소리 없이 바뀐 셈이다.
법무부가 다음달 10일 감찰위를 열기로 한 결정에 대해 감찰위원들은 이날 즉각 반발하며 “원칙대로 징계위 전에 열어야 한다”는 취지로 임시회의 소집 요청서를 법무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