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 거품 논란 속 투자, 괜찮은 걸까? [임락근의 머니톡]

입력 2020-11-26 12:20
수정 2020-11-26 16:31


▶임락근 기자

세계 각국이 마이너스 성장도 하고 어렵잖아요. 이 위기를 극복해보고자 적극적인 정책을 펴면서 통화량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고 국가의 재정적자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저는 낙관하는 쪽에 서있죠. 왜냐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 때문입니다. 사회는 우당탕탕 발전하는 것 같아요. 발전은 하는데 우여곡절은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 싶은 거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전세계 경제가 다 어려웠지만 유럽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지난 10년 간 경제성장률이 1%도 안 됐어요.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이에요. 유럽이 왜 그렇게 고생했나 따져보면 두 가지였거든요.

첫 번째가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금융위기를 겪었잖아요. 그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대응을 잘 못했어요. 그때 중동 지역의 자스민 혁명으로 국제원유 가격이 일시적으로 올랐어요. 물가가 조금 오른다고 유럽 중앙은행이 금리를 3번 올렸어요.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워서, 특히 돈을 빌려서 못 갚는 게 재정위기인 건데,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했죠. 경제가 회복되기 전에 너무 빨리 금리를 인상한 건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는 거죠.

두 번째는 재정이었는데. 독일이 1920년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트라우마가 있어서 유럽을 이끄는 리더로서 재정 긴축을 요구했어요. 그 결과가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벌어진 코로나 사태로 인한 노인들의 떼죽음 아니겠어요? 영상 보셨잖아요. 냉동실에 시체를 보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재정지출을 삭감하게 되면 어려운 사람들이 피해를 보잖아요. 선진국이라고 차마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사망률, 한때 이탈리아 코로나 사망률이 20%까지 갔었습니다. 너무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됐죠.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은 것 같아요.

어려운 나라가 있을 때는 재정건전화 얘기를 잠시 접어두고 돈을 좀 풀자, 그래서 유럽 구제 금융기금을 편성해서 각국 정부에 빌려주고, 때로는 무상으로 주기도 하는 정책들을 독일 메르켈 총리가 중심으로 만드는 걸 보면 불황에서 회복되는, 몸의 체력이 약할 때는 금리 인상이나 재정 긴축은 미뤄야 한다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신속하게 돈도 풀고 긴축하자는 얘기는 안 들려요.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걱정이긴 합니다. 법인세 인상을 얘기했어요. 말이 안 되는 주장이죠 기업들이 코로나 영향으로 이익이 반토막나고 있는데 여기에 무슨 법인세 인상에 최고소득세율 인상을 공약으로 내거나요. 솔직하게 얘기하겠습니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바이든 대통령 정책이 너무 좌편향인 것 같고 너무 감정적인 것 같아요.

불황이 진정되고 회복되는 걸 보고 장기계획으로 하는 거면 좋은데, 지금 돈을 왕창 풀어서 경기부양하고 있는데 다음 대통령 유력 후보가 세금 인상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은 지금 정부에서 주는 돈은 모아놨다가 내년에 세금내야지라고 생각할 겁니다. 역사 속에서 교휸을 모두가 고르게 얻는 건 아니다.

그래도 유럽은 많이 좋아졌다. 2008년 이후 세계 경제 엔진이 미국, 중국, 유럽 3개였잖아요. 미국이랑 중국은 빨리 회복했는데 유럽이 발목을 잡으면서 세계 경제 회복을 가로막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유럽은 좀 괜찮은데 미국의 정치적인 갈등이나 정책 전환에 어려운 면이 있어서, 잘 회복되면 교훈을 못 얻는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임락근 기자

통화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버블로 이어지지 않을까, 인플레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사실 그게 제일 걱정이죠. 왜냐하면 인플레는 안 나는데 날 수 있는 어려운 여건. 지금 재고가 많이 쌓여있잖아요. 제가 차를 바꾸려고 알아봤는데 일단 기다리는 모델이 거의 없고요. 색상 그런 것만 타협하면 바로 다음날 받을 수 있는 모델이 대부분이고, 심지어 몇몇 회사는 적게는 몇백 많게는 3000만원까지 할이해주는 모델이 있어서 시승하다가 계약해버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경험을 했어요. 그걸 보니까 얼마나 재고가 많고 경기가 어려운가를 한눈에 알 수 있었죠.

당연히 여력이 있는 분들은 모아놓은 돈이 있으니 쇼핑의 기회라고 하겠지만 많지는 않을 거고. 이런 상황을 보면서 든 생각은 차값 올리기 힘들겠다, 올린다 하더라도 그건 아주 극소수의 매니아층이 좋아할 만한 인기모델 한정이지, 상당히 힘든 시기겠고 이제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서도 구조조정이 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우리나라 GDP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 이렇게 어렵다면 안 보이는 데서도 비명이 나오고 있겠구나, 따라서 인플레는 나오기 어렵구나라고 보고 있는데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쓰는 거 아니겠어요? 돈을 안 풀 수는 없고, 열심히 풀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 돈이 실물에는 잘 안 돌고, 부도날까 무서워서, 결국 그 돈이 금융시장 내에서만 뱅뱅 도는 여지가 생기는 거죠.

옛날에도 미국에서 이런 이슈가 예민했는데,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중앙은행이 채권 시장에서 민간이 들고 있는 채권을 사주는 거에요. 돈을 정부가 쏴주는 거에요. 그런 양적완화 결과 효과가 있었다는 논문은 있는데, 전부 금융시장에서 주로 효과가 있었다는 거에요. 양적완화를 할 때마다, 오퍼레이팅 트위스트를 할 때마다 주식시장이 좋고, 시차를 두고 한참 지나야 경제가 회복됐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이나 시장 참가자들의 마음은 돈 풀어봐야 금융시장에서만 뱅뱅 돌지 경제는 안 좋아진다는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이 좋아져서 실물이 좋아지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으면 버블 리스크가 생깁니다. 지금은 누구나 다 돈을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정책 당국들이 앞으로 거품 논란은 부담으로 가져가야 할 겁니다.

▶임락근 기자

부동산, 주식 가격이 오르고 있어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게 언제까지 갈까 걱정이 있습니다. 증시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4월 디플레전쟁이라는 책에서 제가 V자 반등을 전망했습니다. 9.11테러 경험이 너무 인상적이서 그래요.

제가 모 증권사 투자전략팀에서 이코노미스트로 생활할 때 9.11테러가 발생했어요. 사람들이 밖으로 아무도 못 나갔어요. 어디가 테러 대상이 될지 모르는 공포. 오인신고가 엄청 많았어요. 그때 당시 미국 사람들이 한 달 동안 거의 밖에 못 나갔어요. 그 덕에 온라인 쇼핑이 엄청나게 성장했습니다. 그때 V자 회복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간단해요. 부시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적을 딱 만들고 전쟁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순간 공포가 증오심으로, 또는 우리가 위축되면 적에게 이용당하는 거라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2002년 상반기까지 역사상 최강의 랠리가 이어졌어요. 6~8개월 동안 주식시장이 어마어마하게 급등하고 경제도 좋아졌어요. 물론 이라크 전쟁 시작되고 다시 가라앉았는데요. 지금 코로나 사태도 그때와 비슷하거든요. 사람들이 밖에 못 나가고, 바이러스지만 적이 있잖아요.

구체적인 적을 상대로 하는 2001년의 전쟁보다는 어렵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제약회사와 방역당국이 하는 전쟁이잖아요. 그 전쟁에서 승기를 잡아간다는 확신이 들면 들수록 경제는 좋아지기 때문에 일단 저는 경제가 회복되는 것에 대해선 낙관적입니다. 다만 경제의 회복 속도보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르면 조정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가 회복되는 과정에 있을 때에는 조정은 심각하기보다는 기간 조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말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저는 미국 대선 전까지 조정 중이었다고 보거든요. 추석연휴 2.5단계 들어가고부터 주가가 못 올랐어요. 미국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가 경제는 회복되고,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 폭발적으로 오르고, 우리도 수출 덕분에 3분기 성장률 좋았잖아요. 그런데 그건 주가에 반영이 안 됐어요. 좋아질 줄 알았거든요.

추세가 이어진다면 확신으로 변합니다만 아직까지 긴가민가하는 사람이 많을 때는 조정되는 시기가 올 수 있다. 그 시간이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두 달, 세 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다만 수 개월 수 년이 지난 다음 지금을 돌이켜보면 아 주식투자하기 좋은 시기였어라고 얘기하실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임락근 기자

책을 보면 귀금속이나 원자재의 수급에 따라 경제가 큰 영향을 받기도 하더라고요. 이런 것들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세계 경제사를 공부하다보면 금곽이 발견됐을 때가 호황이에요. 15세기 말 독일에서 은광이 나오면서 합스부르크 왕가가 부자가 됐습니다. 오스트리아 여행을 가면 광산 테마 여행이 있죠. 미국이 세계적인 강대국이 된 데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 어마어마한 금광이 나와요. 골드러쉬죠. 호주가 저렇게 선진국이 된 것도 호주 내부에서 거대한 금광이 발견됐기 때문이거든요.

귀금속 공급이 크게 늘어나는 시기가 왜 호황이었냐면 통화공급 확대였습니다. 결국 돈이 많이 풀리고, 당시 통화공급은 금의 공급에 좌우되던 시기였으니까, 큰 금광이 발견되는 것 같은 일들이 세계경제에 호황이었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지금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고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기 위해 발버둥칠 때 공급과잉이 심하니까. 예를 들어 셰일오일, 자동차 재고 문제 이런 것들이 있을 때는 디플레 압력이 높잖아요. 그 디플레 압력을 완화하고 사람들의 기대를 갖게 만드는 적극적인 통화공급 확대 노력이 있을 때는 금값이 오르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죠. 역사에서 내려오는 교훈, 학습효과입니다.

인플레에 대한 기대가 부각되는 시기, 정부가 돈을 무제한으로 방출하면서 악전고투하는 시기에는 금도 좋고, 셰일은 공급과잉이 나오고 있으니까 공급과잉이 심한 원자재보다는 공급을 급격하게 늘리기 어려운 원자재가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시기가 아니냐. 금, 은, 니켈 등 금속 관련된 원자재들이 그래서 최근에 좋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분들은 커피콩부터 시작해서 식물 식료품 이런 쪽도 얘기할 정도로 분위기는 여전히 좋은 것 같아요. 다만 식품 물가가 오르기에는 재고가 많은 편이어서 푸드 인플레이션쪽은 잘 모르겠지만 메탈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획 한국경제 총괄 조성근 디지털라이브부장
진행 임락근 기자 촬영 고원일 PD 편집 고원일 PD
제작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