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명령한 것과 관련 26일 법조계에서는 '재판부 불법사찰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 이유로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등을 꼽았다.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혐의 외에는 현직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 여권도 재판부 불법사찰 혐의를 중점 부각하며 윤석열 총장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당사자라고 밝힌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지난 25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라고 주장했다.
성상욱 부장검사는 "일선에서 공판부로 배치되면 공판부장은 공판검사들에게 담당 재판부의 재판 진행방식이나 선고 경향을 파악·숙지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다"며 "같은 맥락에서 주요 사건 재판부 현황자료를 작성해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에 각각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료 작성도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며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법적 권한 없는 기관이 개인정보와 성향자료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것이 사찰이고 그 사찰의 방법은 언론 검색, 검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탐문 등이 모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판사 불법사찰 문건에는 언론 등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라고 표현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법무부가 사실상 불법사찰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검 감찰부는 윤 총장 직무배제 발표 이후 뒤늦게 불법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한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 이미 여러 증거가 확보됐다며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지만 정작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공모 여부는 공소사실에서 제외한 바 있다.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가 없었다면 해당 사건은 검언유착이 아니라 기자에 의한 단순한 강요미수 사건에 그친다.
재판부에 대한 단순 정보 파악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제주지법 장창국(53·연수원 32기)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망에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를 비판했다.
그는 '공소 유지 참고자료' 명목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맡은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대검 측 해명에 대해 "참 어이 없다"고 비판했다.
장 부장판사는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 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라며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소속 장진영 변호사는 "재판의 당사자인 피고인과 검찰이 재판 담당 판사의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오랜 관행이자 당연한 권리"라고 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조국 부부는 어떤 기준으로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나. 재판부와의 관계, 성향분석도 없이 무작정 선임했나"라면서 "검찰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판사를 미행하거나 도청하는 등의 불법적인 수단을 써서 판사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 또는 판사를 경험한 다른 검사들의 경험을 듣는 등의 방법으로 재판부 성향을 분석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되는 범위의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