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워라밸 보장' 기아차, 노조 9년 연속 파업 이유는?

입력 2020-11-25 15:00
수정 2020-12-29 22:05

9년 연속 파업에 돌입한 기아차 노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냉담하다. 평균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까지 챙기면서 그 이상의 처우를 얻고자 파업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자동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이날부터 사흘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전일 기아차 노사가 14번째 본교섭을 가졌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파업에 나선 것이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을 국내 기아차 공장에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되며 자신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조치다. 정년도 60세에서 65세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구조조정 우려 없이 안정적으로, 보다 오래 기아차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임금은 더 늘려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 제시안에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지난해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통상임금 확대 적용 △잔업 30분 복원 △이사회 사퇴 등도 담겼다. 노조는 3분기 실적에 세타2 GDi 엔진 평생보증 품질비용 1조2592억원이 반영되며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줄었고, 이는 자신들의 임금과 복지 손상으로 연결된다며 이사회 사퇴를 요구했다.

잔업 복원은 14차 교섭이 결렬된 핵심 원인이다. 2017년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정기상여금과 중식비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노조 손을 들어주자 기아차는 잔업을 없앴다. 잔업수당은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는데, 통상임금이 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잔업이 사라져 현대차 생산직 대비 연 200만원을 덜 받게 됐다며 잔업 복원을 중요 안건으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차별을 바로 잡겠다"는 논리를 내세워 실질 임금 하락분과 조합원 피해를 원상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차 노조는 현대차와 달리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겼다"며 "그렇기에 현대차보다 높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노조원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기아차 노조는 '차별 철폐'를 외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기아차는 고용노동부 주관 '일·생활 균형 컨퍼런스'에서 올해 '워라밸' 실천 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우수한 근무 환경을 갖췄다. 생산직 임금도 연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2017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모비스위원회는 "기아차 생산직(2교대) 평균연봉이 9700만원에 달한다"며 기아차의 높은 임금에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워라밸'과 높은 연봉을 겸비한 기아차 공장 생산직은 취준생 사이에 '꿀직장'으로 통한다. 기아차 공장 정규직으로 채용시켜주겠다는 취업 사기가 150억원 규모로 벌어질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직장인 평균 월급은 303만원(2018년 근로소득자 국세청 신고소득 기준)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부품 협력사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업계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파업이 벌어지면 완성차 업체의 생산계획에 맞춰 설비를 갖추고 공장을 운영한 부품 협력사들도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사흘간 진행되는 기아차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손실은 8700대 규모로 추산된다. 한 차례 부분파업으로 343곳에 달하는 기아차 부품 협력사들이 8700대에 쓰일 부품만큼 손실을 입는 것이다.

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시장상황이 열악한 데다 노사 분규로 생산 차질까지 겹쳐 부품업체들의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파업에 찬성한 73.7% 기아차 노조의 목소리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상징하는 부끄러운 숫자로 기록될 것"이라며 "완성차 협력업체인 중견기업이 쏟아내는 살려달라는 절규는 처절한 현실이자 절박한 구조 요청"이라고 날선 비난을 내놨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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