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학위 취득…야! 너도 딸 수 있어

입력 2020-11-25 15:41
수정 2020-11-25 15:42

대기업 8년차 회사원인 홍지준 씨(36)는 요즘 퇴근하면 노트북을 열어 사이버대 동영상 강의를 듣는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아직 진도가 남은 ‘빅데이터 기획’ 강의를 끝내기 위해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게 돼 일을 마치자마자 바로 수업에 집중하는 게 더 수월해졌다. 홍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내에서 데이터 처리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커졌는데 사이버대 강의가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며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에 가장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사이버대 최대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평생교육·자기계발의 해답을 찾아 사이버대를 등록하는 직장인이 점차 늘고 있다. 주 52시간 시대를 맞아 자기계발을 시작한 직장인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중요해진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기 위해 사이버대 문을 두드리는 수가 점차 늘고 있다.

30~40대가 재학생 40% 이상 차지 국내 21개 사이버대 협의체인 한국원격대학협의회(원대협)에 따르면 2018년까지 국내 사이버대의 누적 졸업생 수는 29만8074명에 달한다. 학생 수도 매년 늘고 있다. 사이버대생은 △2016년 12만3281 △2018년 12만5118명에서 △2020년 13만2483명으로 올해 처음으로 13만 명을 넘겼다.

사이버대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은 약 70%가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주경야독(晝耕夜讀)’ 학생이다. 지난해 사이버대 등록생의 직업 분포 현황을 보면 무직 32.3%를 제외하고 전문직(19.6%) 또는 사무직(16.6%)에 종사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직(12.2%)이나 판매업(3.9%), 군인(2.4%) 등 직업군도 다양했다.

재학생 연령을 봐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기준 사이버대 학생 43.7%가 30~40대였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다시 학업에 열중하는 50대도 늘고 있다. 50대 비중은 2015년 9.39%에 불과했으나 2019년 15.1%로 매년 비중이 늘고 있다.

원대협 관계자는 “직장인의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평생학습,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이버대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안전하게 집에서 양질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사이버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비교적 저렴한 학비도 사이버대의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2018년 기준 21개 사이버대 입학부터 졸업까지 필요한 학비는 평균 1589만원 수준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 196개교의 2020학년도 학생 1인당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2만원이다. 사이버대 학비는 일반 대학의 60% 수준이다. 온·오프라인 학습 시너지사이버대의 특장점인 ‘온라인 강의’는 코로나19 시대에 더 빛을 보고 있다. 노트북·데스크톱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서도 언제 어디서든 수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직장인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양사이버대는 작년 9월 국내 사이버대 최초로 수강관리시스템(LMS)을 세계적 표준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최대 1000명까지 동시 접속해 화상세미나를 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학생 편의에 따라 강의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사이버한국외대는 국내 사이버대 중 처음으로 학생 맞춤형 클립 콘텐츠를 제작하고, 해외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신기술·융합 학과들도 인기다. 고려사이버대는 인공지능(AI) 기초과정, 머신러닝 기초과정 등 직장인을 위한 AI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직장인을 위한 실무형 AI 기술 활용 교육과정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총 21곳의 대학 중 현재 일반대처럼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은 18곳이다. 나머지 3곳은 전문학사 학위를 수여한다. 특수대학원이 설치된 학교에서는 석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경희사이버대는 2020학년도 2학기부터 사이버대 최초로 학·석사 연계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대는 다음달 1일부터 2021학년도 신·편입생 모집을 일제히 시작한다. 대학별 개설학과, 모집인원 등 사항은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대, 전문대 등 오프라인 대학과 달리 수능 성적이나 고교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온라인 적성검사와 자기소개서, 학업계획서 등을 종합해 선발한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