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A씨는 2012년 7월 B씨(임대인)로부터 경북 의성군의 한 상가 건물을 임대했다. A씨와 B씨는 2014년 7월 임대료를 올리고 임대차기간을 2019년 7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계약이 만료되기 3개월 전인 2019년 4월, B씨는 A씨에게 계약을 갱신할 뜻이 없음을 알렸다.
그런데 2018년 10월부터 계약갱신요구권 보장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A씨는 이를 바탕으로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이 같은 경우 구(舊)법에 따라 A씨가 건물을 비워야 할까, 아니면 개정법의 적용을 받아 A씨가 계속 B씨 건물에서 장사를 할 수 있을까.
개정 상임법 10조 2항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부칙을 통해 개정법 시행일(2018년 10월16일) 이후 ‘최초로 체결되거나 갱신되는 임대차’부터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
1심은 이 부칙을 바탕으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개정법 시행일 이후 최초로 체결된 임대차계약뿐만 아니라, 시행일 이전에 체결됐지만 시행일 이후 적법하게 갱신되는 모든 계약에 대해서도 개정법이 적용된다”며 “다만 임대차기간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까지만 연장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칙에는 개정법 적용대상을 ‘갱신되는 임대차’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개정법 시행 당시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전체 임대차기간이 5년 이하인 임대차’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임대차기간 5년 이하 임대차와 5년 초과를 구별해 전자에만 개정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개정법의 입법 취지도 거론했다. 상가건물 임차인의 안정적인 영업을 도모하는 것이 입법 목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입법자가 법 개정을 하는 과정에서 임대차기간 5년 초과 임대차는 개정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논의를 했음을 인정할 어떤 근거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도 했다.
○2심 “임대인에게 너무 가혹”하지만 항소심서 1심 판결은 뒤집혔다. 최초 계약 당시 법이 보장한 5년의 임대 기간이 2017년 이미 끝난 만큼, 계약 갱신을 받아들일 의무가 없다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부칙에 따라 10년 보장이 적용되는 ‘갱신되는 임대차’는 B씨의 주장과 같이 ‘개정법 시행 당시 구법에 따른 보장기간 5년이 되지 않아 구법에 의하더라도 임차인이 기간만료 전에 갱신요구를 할 수 있는 경우’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임차인뿐 아니라 임대인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게 2심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개정법 시행 전에 이미 상가건물을 임대한 임대인은 5년의 보장기간만을 예상했을 것이므로, 개정법 시행 이전에 체결된 임대차에 대해서도 10년의 보장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임대인에게 불측의 피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장기간 5년이 경과한 경우 임대인은 더 이상 임차인의 갱신요구에 응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므로 쌍방 합의에 의해 정하는 기간까지만 임대하고 임대차를 종료할 수 있음을 전제로 임차인과 사이에 임의로 갱신약정을 했을 수 있다”며 “이 같이 합의에 의해 갱신된 임대차가 존속하는 도중에 법이 개정돼 총 임대차기간 10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은 임대인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제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B씨가 임차인 A씨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 소송 상고심에서 B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