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LG디스플레이와 LG유플러스 이사회를 시작으로 LG그룹 정기인사의 막이 올랐다. 지주회사인 (주)LG를 거쳐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하현회 부회장은 36년 만에 LG그룹을 떠나게 됐다. 최고경영진을 제외한 임원급에선 물갈이가 상당폭 이뤄질 전망이다. 내년 취임 4년차를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하현회 부회장의 거취는LG유플러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차기 CEO로 황현식 사장을 선임했다. LG유플러스 내부 인사가 CEO를 맡는 첫 사례다. 황 사장은 20년 이상 통신영업전략을 담당한 ‘영업 전문가’다.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나 부평고, 한양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다. KAIST에서 산업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황 사장은 1999년 LG텔레콤에 입사해 강남사업부장, 영업전략담당 등을 거쳤다. 2014년부터는 LG유플러스에서 모바일사업을 총괄했다. 올해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과 인터넷TV, 초고속인터넷 등 스마트홈 부문을 통합한 컨슈머사업총괄 사장을 맡으며 2인자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하 부회장이 급변하는 통신·미디어 시장 환경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인물로 황 사장을 추천했다”고 전했다.
CEO에서 물러난 하 부회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주)LG는 26일 이사회에서 LG상사, LG하우시스 등의 계열 분리안을 의결한다. 구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주)LG 고문이 분리되는 계열사들을 이끌게 된다. 구 고문의 측근으로 꼽히는 하 부회장이 계열 분리되는 회사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권봉석 체제 공고화26일 이사회를 여는 LG전자에선 CEO를 맡고 있는 권봉석 사장의 승진 여부가 주목된다. 권 사장은 2018년 사장으로 승진해 TV(HE)사업본부장, 스마트폰(MC)사업본부장을 지내고 지난해 12월 CEO에 선임됐다. 권영수 (주)LG 부회장과 함께 구 회장의 ‘멘토’로 불릴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권봉석 체제’가 2년차를 맞으면서 상대적으로 ‘고령’인 사장급 경영진은 교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 사장급 경영진 중에는 송대현 가전(H&A)사업본부장(1958년생), 권순황 BS사업본부장(1958년생), 홍순국 생산기술원장(1960년생) 등이 권 사장보다 나이가 많다.
같은 날 LG화학 이사회는 전지사업 분사에 따른 인사를 발표한다.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올 ‘LG에너지솔루션’ CEO는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이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 이사회 의장을 겸할 가능성이 높다.
구 회장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권 부회장과 62분기 연속 영업이익 상승이란 성과를 낸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유임이 점쳐진다. 김영섭 LG CNS 사장 역시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젊은 임원 대거 발탁최고경영진을 제외한 임원 인사에선 큰 폭의 세대교체와 여성 임원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에선 김희연 BID·IR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 경영전략그룹장을 맡은 게 눈에 띈다. LG디스플레이의 첫 여성 전무다.
LG디스플레이는 또 OLED TV의 수익성 향상에 기여한 이현우 TV운영혁신그룹장과 DX 기반 구축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한 이진규 업무혁신그룹장을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LG그룹 관계자는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의 전진 배치가 올해 인사의 방향”이라며 “다른 계열사 이사회에서도 예상을 깨는 발탁 인사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이승우/황정수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