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증세·부채…옐런 앞에 3대 난제

입력 2020-11-25 17:36
수정 2020-12-25 00:31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에 지명되자 시장에선 환호가 쏟아졌지만 정작 옐런 앞엔 만만찮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5일 옐런의 입각에 대해 “수도원 같은 Fed에서 혼탁한 정치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며 “무역정책, 금융제재, 달러정책 등을 결정할 때 정치가 최우선 고려사항일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양책 타결, 공화당의 반대가 뻔한 바이든의 증세 공약 이행, 급격히 불어난 국가채무 대처 등이 ‘구원투수’로 낙점된 옐런이 풀어야 할 3대 난제로 꼽힌다.

당장 ‘발등의 불’은 코로나19 부양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공화당은 대선 직전까지 부양책을 놓고 씨름했지만 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2조2000억달러, 트럼프 행정부는 1조9000억달러, 공화당은 5000억달러를 고수한 결과다. 트럼프는 대선 패배 이후 부양책엔 사실상 손을 놔버렸다. 공화당 지도부는 입장 변화가 없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조속한 부양책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 1월 20일 이후에도 부양책이 나올지 장담하기 힘들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하면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JP모간은 “이번 겨울은 암울할 것”이라며 미 경제가 내년 1분기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 3분기에 연율 기준 33%(전 분기 대비) 성장한 미 경제가 4분기 2.8%, 내년 1분기 -1%로 뒷걸음칠 것이란 전망이다. 옐런이 공화당을 설득해 얼마나 빨리, 어느 정도 규모로 부양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미국 경제의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 그의 협상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부자 증세’도 옐런이 부딪혀야 할 과제다. 바이든 당선인은 법인세율 인상(21%→28%), 연소득 40만달러 이상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 및 급여세 추가 부과 등을 공약했다. 바이든 정부가 2조달러 규모의 친환경·인프라 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증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상원 다수당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공화당은 증세에 부정적이다. 세제 개편은 의회가 결정하고 백악관에서 집중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있지만 담당 장관인 재무장관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급증하는 국가채무도 옐런이 언젠가는 손봐야 할 문제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9월 ‘장기 예산전망 보고서’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 채무 비율이 지난해 79%에서 올해 98%로 늘어나는 데 이어 2030년 109%, 2040년 142%, 2050년 195%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은 저금리 덕분에 부채가 늘어도 버틸 수 있지만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옐런은 Fed 의장 시절인 2017년 말 의회 증언에서 노인 의료보험과 저소득층 사회보장지출이 세수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며 부채 증가를 두고 “사람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드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2018년 10월 CNBC 인터뷰에선 국가채무 증가에 대해 “내게 요술지팡이가 있다면 세금을 올리고 연금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했다. 세금 인상과 연금 축소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