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연합노련) 소속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26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선다. 지난해 6월 총파업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이번 파업으로 전국 타워크레인 절반가량이 가동을 멈춘다. 아파트와 공장 등 전국 건설현장 160여 곳이 공사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사측 “임대료 낮아져 고사 직전”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와 연합노련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노조는 26일 오전 7시부터 총파업에 나선다고 25일 밝혔다. 파업 이유는 인건비다. 노조는 올해 6월부터 이어 온 임금협약에서 사측이 5% 임금 삭감안을 제시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사측은 “타워크레인 임대료가 낮아져 인건비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업자는 종합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타워크레인을 대여해준다. 여기에는 타워크레인 기사 인건비도 포함돼 있다. 인건비는 총 임대료의 35%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500만원이던 타워크레인 한 달 임대료는 올해 650만원대로 반토막 났다. 건설 경기가 나빠져 일감이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노사협약에 따라 사측이 지급할 기사 인건비는 월 842만원이다. 임대료를 받아도 모두 인건비로 지출하는 구조다. 한상길 타워크레인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 임대료에 맞게 인건비를 지급하려면 3년간 매년 인건비를 21%씩 줄여야 한다”며 “대규모 타워크레인 업체 한 곳도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밟을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고 했다. 건설현장 160곳 공사 ‘빨간불’파업에 따라 공사에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 때 전국 타워크레인 3500대 중 1500대가 작동을 멈춘다. 전국 건설현장 160곳에서 파업이 이뤄진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1만2000가구)’, 강남구 ‘개포4단지 재건축(3375가구)’ 등 아파트 건설 현장이 대부분이다.
타워크레인은 건축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에 쓰이는 장비다. 타워크레인 작동이 멈추면 골조 공사뿐 아니라 내부 설비 작업도 할 수 없게 된다. 대림산업은 서울 아파트 건설현장 세 곳에서 골조 공사가 전부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조 파업 때는 건설현장 558곳에서 타워크레인 1773대가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파업에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는 참여하지 않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크레인 기사들이 대부분 노조 소속이어서 마찰을 빚으면 공기를 맞추기 쉽지 않다”며 “대체인력을 투입하려고 해도 노조 눈치를 봐야 한다”고 했다.
하루 수천만~수억원의 피해가 날 우려도 있다. 공사가 멈추면 시공사는 금융이자, 협력업체 위약금 등을 물어야 한다. 공사가 하루 지체되면 전체 도급액의 0.1%를 지체보상금으로 낸다. 한 전문건설업체 직원은 “타워 기사들은 월급 외에 협력 업체에 기술료 명목으로 500만원 정도 받는다”며 “연봉이 1억원 가까이 되는데 또 파업에 나선다”고 꼬집었다.
노사는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에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마련한 ‘타워크레인 대여계약 적정 심사제’로 저가 입찰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시기 구성한 노·사·민·정 협의체도 제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게 노사 주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사 양측의 의견을 적극 논의해 노사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양길성/장현주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