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 부담으로 지속불가능한 세제다. 특히 소득이 적은 연금생활자와 고령자 등에겐 종부세 부담이 과도한 수준이다.”
수백만원의 종부세를 맞은 납세자가 한 얘기가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2008년 9월 종부세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에 공식적으로 쓴 내용이다. 당시 정부는 종부세 부담이 과하다고 판단해 이를 낮추는 정책을 폈다. 이에 대해 대다수 경제 전문가도 기재부의 당시 판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보유세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기형적이며, 종부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납세자의 고통을 키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문가 지적에 귀를 닫고 보유세 강화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 “징벌적 보유세를 견디기 힘들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유례 찾기 힘든 종부세한국의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로 이원화돼 있다. 재산세만 보면 0.1~0.4%로, 독일(0.35%)이나 일본(1.7%) 등 외국과 비교해 낮은 편이다.
문제는 종부세다. 한국은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 보유자에게 일종의 부유세인 종부세를 매긴다.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대다수 국가에선 이런 세금이 없다. 프랑스 정도가 한국과 비교할 만한데, 프랑스도 부동산 부유세율이 0.5~1.5%에 그친다. 더욱이 프랑스는 부유세를 매길 때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에 부과한다. 한국은 부채도 고려하지 않거니와 종부세율이 0.5~3.0%에 이른다. 내년엔 0.6~6.0%로 인상된다. 최고세율이 프랑스의 네 배에 달하는 셈이다.
보유세 부담이 높은 나라로 꼽히는 미국도 이 정도로 세율이 높지는 않다. 미국은 지방자치단체별로 보유세율 등을 달리 정한다. 가장 높은 주가 2.21%(뉴저지)다. 가장 낮은 하와이는 0.3%다. 이 세율은 시가 대비 보유세 비율인데, 공시가격 대비 세액으로 환산해도 0.35~3.81%다. 같은 기준으로 한국의 종부세 최고세율은 5.4%(공정시장가액비율 90%×명목최고세율 6%)로, 미국 최고 세율보다 훨씬 높다.
더욱이 미국은 소득세를 낼 때 재산세 납부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도 있다. 부부합산 연간 1만달러가 한도다. 재산세가 많은 사람은 소득세도 낮아지기 때문에 전체적인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조세원칙 무시하는 한국 보유세한국 보유세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은 재산세와 종부세 모두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세율도 커지는 ‘누진세’로 운용된다. 종부세는 한발 더 나아가 다주택자와 1주택자를 가르고 다주택자에겐 더 무거운 세율을 매긴다. 내년부터는 재산세도 주택 수에 따라 세율 체계가 이원화된다. 대다수 외국 정부가 주택 수는 물론 가격과 과세표준에 따른 차별이 없는 단일세율로 보유세를 운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기형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보유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세금이란 점에서 과세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보유세 과세 논리는 정부가 지역에 인프라 등 재정 투자를 한 덕분에 주택 보유자가 무형의 편익을 누린다는 ‘편익과세’ 원칙”이라며 “이 원칙에 따르면 주택 수가 많거나 가격이 높다고 더 많은 편익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유세는 단일세율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보유세는 지방정부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단일세율 과세가 바람직하다”고 권고하는 이유다. 한국의 보유세제는 이런 조세 원칙을 근본부터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은 취득세 등 거래세 부담도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거래세(증권거래세 제외) 수입 비중은 1.51%로 34개 회원국 중 1위였다. 2위 벨기에(1.09%)를 큰 차이로 웃돌았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올 8월 주택 취득세 최고세율을 4%에서 12%로 올렸다. 부동산 양도세도 3주택자의 경우 최고 62%의 징벌적 세율을 매긴다.
서민준 기자/워싱턴=주용석 특파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