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강행' 민주노총, 기준 9명 초과…경찰과 몸싸움도 [현장+]

입력 2020-11-25 17:44
수정 2020-11-25 17:46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도 25일 전국 곳곳에서 '쪼개기 집회'를 강행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결국 집회 참가자 기준(10명)을 초과했다.

이날 오후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발언자로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은 총 9명이었으나,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으로 파악된 노동자 5명이 집회 장소 바로 앞까지 오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집회 현장을 지켜보던 경찰은 "현재 집회 참가자가 10명을 초과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반 사항이 지속될 경우 해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민주노총 측은 "시끄럽다.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다"며 맞섰다. 결국 경찰은 기존 발표자들과 건설노조 노동자들 사이에 일렬로 서 '사람벽'을 만든 채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했다.

주변 일대도 취재진과 경찰까지 100명 가까이 몰리면서 혼잡을 빚었다. 민주당 서울시당 옆 건물 인근에도 민주노총 조합원 30여명이 자리하면서 또 다른 경찰들과 대치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경찰 "해산절차 진행" 경고에…민노총 "어떻게 더 하냐"이날 민주노총은 예정대로 총파업 개시와 함께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강행했다.

민주당 서울시당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장소는 시작 이전부터 크고 작은 실랑이들이 반복됐다. 민주노조 측 발언자는 9명이었으나, 건설노조 조합원인 노동자 5명가량이 집회 장소에 나서면서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경찰이 인원 초과를 이유로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없다면서 "충분한 거리 유지하라, 위반 사항 지속될 경우 해산 절차 진행할 수 있다"고 확성기로 경고하자 민주노총 측은 "10명 초과하지 않았다. 방역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고 받아쳤다.


경찰이 건설노조 조합원들에게 길목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건설노조 측 노동자들은 "이 정도 거리두기 하면 되는 거지, 어떻게 더 나가느냐. 다들 발표 보기만 하러 온 것"이라며 거부했다.

결국 경찰은 민주노조 측 발표자들과 건설노조 관계자들 사이에 일렬로 서 인벽을 만든 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러자 통행에 불편을 겪은 한 시민이 경찰에 항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시민이 "왜 통행을 방해하느냐, 비켜라. 경찰답게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민주노총 측은 "집회 참석자가 못 들어오고 있다. 경찰은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이명박·박근혜 때도 못 보던 행태" 비난혼잡한 상황에서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민주노총 간부들은 '노동개악저지 전태일 3법 쟁취! 총파업 총력투쟁 전국동시다발대회' 현수막을 들고 선 뒤 '노동법 개악시도 즉각 중단'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전태일 3법 입법' 등의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연신 흔들며 구호를 외쳤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자들에게 단체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현 정부의 행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하지 않은 것"이라며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입법'을 반드시 쟁취하자"고 강조했다.


김재하 위원장은 "현 정부는 노동조합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노동법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항의하는 선제 파업에 돌입한 것"이라며 "우리의 요구는 간단하고 정당하다. 정부가 입법 발의한 노동법 개악을 철회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통과시킨다면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방역지침을 엄격히 준수하고 있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각 지자체와 정부가 말하는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의 의사 표현은 일부 정치인들이 표현하는 코로나 방역 위배와는 다르다. 오히려 경찰 관계자들이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모여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대유행·수능 코앞에 시민 불안감 고조
민주노총은 이날 지자체별 방역수칙에 따라 전국 각지에 소규모 기자회견을 동시에 강행했다. 서울은 민주당 서울시당 앞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 등 15개 장소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광주·대구·충북 등 전국 각지 민주당 시·도 당사 앞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은 오는 26일에도 정부의 노동개악 반대와 전태일 3법 통과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진행할 방침.

앞서 민주노총은 정부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경우 추가 총파업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 총파업과 집회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양동규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노동개악을 강행할 경우 민주노총은 긴급 총파업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했고,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도 "정부가 노동법 개악을 중단하면 민주노총도 태세를 전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는 데다 최근 빠르게 재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다음달 초 치러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