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말 많던 문재인 케어…척추 MRI 급여화 1년 연기

입력 2020-11-25 13:38
수정 2020-11-25 19:04

당초 이달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척추 자기공명영상(MRI)의 건강보험 적용이 1년 안팎 연기된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예상보다 많은 비용 지출로 흔들리고 있다.

25일 의료 및 사회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참가 단체 및 기관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 척추 MRI 급여화(건보 적용)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고 하반기 건정심에서 의결해 시행한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하반기라고 뭉뚱그려 밝힌만큼 시행 시기가 7월이 될지 12월이 될지 알 수 없다"며 "2022년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인만큼 척추 MRI 급여화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합리적 이용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고 의료계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어 2021년 시행 예정이던 두경부 MRI를 올해 7월 먼저 실시하고 이후 준비를 거쳐 내년 척추 MRI 급여화를 할 것"이라며 "당초 예상범위 내에서 재정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복지부는 올해 건보 보장성 확대 일정을 발표하며 척추 MRI 급여화를 1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계획을 1년 가까이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케어 시행 과정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관련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예상보다 높은 비용 부담에 각종 급여화 항목 내용을 수정하고 있다. 2018년 10월 도입한 뇌 MRI는 관련 수요가 급증하며 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예상한 비용의 1.5배로 치솟았다. 이에따라 올해부터는 비용의 30%이던 본인 부담률을 별도 증상이 없는 경우에 한해 80%로 대폭 상향했다.

양압기 대여도 건보 적용에 따라 수요가 연 2만건에서 수십만건으로 폭증하며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 이에 따라 본인 부담률을 20%에서 50%로 확대한다. 이같은 정책 수정으로 문 대통령 임기 내 보장률(개인 의료비 지출에서 건보가 부담하는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문재인 케어의 목표는 달성 불가능해졌다.

이미 시행한 각종 정책으로 건보 재정은 재정대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2조8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2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가입자의 부담은 부담대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을 합친 건보료는 2017년 6.49%였지만 내년에는 7.65%까지 오른다.

세전 월 300만원을 받는 근로생활자를 기준으로 2017년 월 19만4700원이던 건보료가 내년 22만9500원으로 월 3만4800원 오르는 셈이다. 건보료율이 오르며 급여의 8%로 정해져 있는 법정 상한선도 이르면 내년 국회에서 개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건보 적용 항목 확대는 어느 정부든 추진해왔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으로 유독 빠르고 강하게 시행하며 각종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며 "관련 정책 내용이 나온 2017년부터 전문가들이 경고했던 문제가 현실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