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리더에게 '90도' 인사…김택진 그림자 리더십 빛났다

입력 2020-11-24 23:06
수정 2020-11-25 00:46

지난 18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난 뒤 김택진 NC 다이노스 구단주(NC소프트 대표)는 NC 응원단상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구단주 행차'에 이범형 응원단장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김 대표는 이 단장에게 "수고했다"며 격려한 후, 뒤에 있던 치어리더들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하며 감사함을 전했다.

'지원하되 나서지 않는다.' 1990년대 후반 출시한 리니지와 2010년대 후반 리니지m, 리니지2m 등 연이은 '메가 히트' 작을 내놓으며 억만장자가 된 김 대표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다. 앞서 NC의 2020 정규리그 우승을 보기 위해 '매직 넘버'를 세며 야구단을 따라다녔고, 한국시리즈 1~6차전도 모두 현장에서 '직관'했다. 그가 그라운드를 밟은 건 두 번. 모두 NC가 모두 우승을 확정했을 때였다.

2011년 창단 당시 매출 1조원이 안되던 NC가 연간 많게는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프로야구판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운영 능력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었다. 당시 김 대표는 "내 재산만 갖고도 프로야구단을 100년은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구단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말 대신 행동으로 대답했다. 2018시즌이 끝난 후엔 우승을 위해 양의지가 꼭 필요하다는 내부 목소리를 반영해 4년 최대 125억원이라는 '빅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만화 '거인의 꿈'을 보고 야구를 좋아하게 됐고, 故 최동원의 빈소를 찾아 눈물을 쏟았던 '야구 덕후'의 꿈은 결국 40여년 만에 현실이 됐다. 24일 NC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한국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을 확정한 뒤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은 그는 진정한 '성(공한)덕(후)'이 됐다. 야구계에선 "자율과 데이터, 과감한 투자가 투타의 밸런스와 탄탄한 팀스피릿을 만드는 밑바탕이 됐다. 그 정점에 김택진 대표가 있다"고 단기간 한국 야구의 주축으로 떠오른 NC의 성공 비결을 꼽는다.

NC는 창단해인 2011년 이후 9년만이자 1군 무대에 진입한 2013년 뒤 8시즌 만에 최정상에 우뚝 서며 구단 역사에 첫 'V'를 새겼다. 또 2016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당한 4전 전패 아픔도 모두 씻어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