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못쓴 돈 1조3000억달러, 내년 '보복 소비' 터진다

입력 2020-11-24 17:53
수정 2020-11-24 18:10
미국 최대 쇼핑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가 오는 27일 개막한다. 이 때부터 크리스마스 때까지가 미국 최대의 쇼핑시즌이다. 월가에서는 올해 연말 쇼핑시즌에 작년을 넘어서는 소비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내년에 경제가 정상화되면 보복적 소비까지 나타나면서 유통업계가 호황을 누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는 23일 연말 쇼핑시즌(11~12월) 예측 자료를 발표하고 소비가 전년 대비 3.6~5.2 %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5년간 평균인 3.5% 증가를 넘어서는 규모다. NRF는 고용, 임금, 소비자 신뢰지수, 가처분 소득, 소비자 신용, 과거 소매 판매, 날씨 등 다양한 지표를 고려한 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매년 예측을 내놓는다.



NRF의 잭 클라인핸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를 감안하면 소비 불확실성이 있지만, 소비자들 대부분은 지출할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고 여행 오락 등에 대한 지출까지 대푹 줄어 공산품 소비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클라인핸즈 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주식 시장, 주택 가치 상승 및 올해 초 집행된 정부 부양책으로 인해 저축이 기록적으로 증가하면서 가계의 대차대조표는 건전하다. 여기에 일자리를 점차 증가하고 있고, 에너지 비용은 낮은 상태이며 개인 서비스, 여행 및 오락에 대한 지출은 코로나로 인해 감소하면서 소매 지출을 위한 자금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리서치의 케이드 맥샤인 애널리스트도 "올해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인한 실업 공포 등으로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란 걱정이 있었는데 기우였다. 사람들은 집에 머물며 가전 가구 집가꾸기 식료품 등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식료품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연 2% 가량 성장했왔지만 올해는 두자릿수로 증가하고 있다.

맥샤인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말 레저, 오락 등의 활동에서 소매 지출로 전이되는 자금이 1840억~228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연말 쇼핑시즌에 특히 게임콘솔, 가전 등이 인기를 끄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가전시장에서 강력한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맥샤인 애널리스트는 "다만 가전의 경우 내년 팬데믹이 끝나면 가전제품이 지금처럼 계속 팔려나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모건스탠리는 내년에 경제가 정상화되면 보복 소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충분한 저축을 바탕으로 가계의 재무상황이 건전하기 때문이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미국 경제)는 지난 9월 말 현재 미국 소비자들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1조3000억 달러 규모의 저축을 갖고 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로 인한 봉쇄 등으로 돈을 쓸 수 없게 되면서 비자발적으로 쌓아놓은 돈, 정부의 부양책 지원액, 신중한 소비 등에 따른 결과로 2021년 하반기 소비 성장을 위한 추진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엠프리컬 파트너스 리서치에 따르면 저축액 중 약 5000억 달러는 코로나로 인한 것이다. 즉 여행, 휴가, 오락 등의 활동을 하지 못해 3500억 달러가 쌓였고 출퇴근 비용에서 650억 달러가 절감됐다. 또 학자금 대출 및 주택 월세를 내지 않아 650억 달러가 가계에 남았고, 낮아진 금리로 인해 200억 달러를 절약했다. 게다가 가계의 재무 상황은 증시 호황과 집값 상승으로 인해 대대적으로 개선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