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스타 "中·日보다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

입력 2020-11-24 17:03
수정 2020-11-25 12:14
“지금은 중국, 일본보다도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3년 동안 수십 개 한국 스타트업과 함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의 아이반 로페즈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진)이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액셀러레이터 테크스타는 2006년 미국에서 창립한 이래 227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포트폴리오 회사의 시가총액은 305억달러에 달한다.

테크스타는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의 초기투자를 진행해 5만달러의 투자금액을 약 5000배인 2억5000만달러(작년 기준)로 늘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테크스타는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올 8월 ‘테크스타 코리아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10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했고,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을 진행하고 있다. 발굴된 10곳은 한국 스타트업뿐 아니라 한국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외국 기업들까지 포함됐다. 테크스타는 2022년까지 총 30개의 스타트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로페즈 총괄은 테크스타가 한국에 관심을 두는 이유를 ‘성숙한 스타트업 자본시장’으로 꼽았다. 로페즈 총괄은 “후속 투자 여부는 스타트업의 성장과 투자 수익 창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스타트업 시장은 지난 10년 동안 큰 발전을 해왔으며, 관련 자본시장의 규모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신규 투자는 2010년 1조910억원에서 지난해 4조2777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는 또 스타트업들의 해외 투자자에 대한 개방성을 한국 시장의 장점으로 언급했다.

로페즈 총괄은 “중국은 당국의 규제가 너무 심하고, 일본은 외부 투자를 유치하기에는 그들만의 생태계가 견고하다”며 “한국은 이에 비해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외부에도 열려 있으며, 혁신에 대한 에너지가 넘친다”고 말했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테크스타의 오랜 노하우를 전수받으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 투자는 총 12만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2만달러는 현금, 그 외 10만달러는 전환사채(CB)로 투자한다. 테크스타는 이를 통해 투자사 지분 9.5%를 취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분율을 더 높게 잡지 않는 것은 스타트업 대표들의 오너십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로페즈 총괄은 “우리와 정말 잘 맞는 기업들은 추후에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며 “후속 투자를 위해 기금을 쌓는 펀드도 독립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페즈 총괄은 팀을 선정할 때 팀 구성원의 능력과 팀워크를 본다고 했다. 그는 “사업 아이디어나 투자 시기 등도 중요하지만 이런 요소들은 경기 변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과 같은 외부변수들에 의해 좌우되기 쉽다”며 “다만 그 팀이 훌륭하다면 외부변수가 좋지 않아도 언젠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