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핵융합 역사 다시 썼다…인공태양 '섭씨 1억도' 20초 운전

입력 2020-11-24 16:30
수정 2020-11-24 16:32

한국의 인공태양이 섭씨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고체·액체·기체를 넘어선 제4의 상태)를 20초 동안 유지하는데 성공하며 인류의 핵융합 연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한국의 인공태양 '케이스타'(KSTAR)가 핵융합 발전 최적 온도인 섭씨 1억도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20초 동안 운전하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태양 중심 온도(1500만도)의 7배에 달하는 1억도 수준의 플라스마를 10초 이상 운전한 것은 전 세계 핵융합 장치 중 케이스타가 처음이다.

그동안 해외의 핵융합 장치들은 순간적으로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 달성에는 성공했지만 이를 10초 이상 유지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1995년 케이스타 개념설계를 시작해 2007년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내 설치해 실험을 진행하며 가장 앞선 기록을 달성했다. 앞서 핵융합연은 2018년 1.5초, 올해 3월에는 8초 넘게 초고온 플라스마를 운전했다.

케이스타는 땅 위에서 태양과 같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다. 이를 구현하려면 핵융합 토카막 장치(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도넛 모양 장치) 내에서 초고온 플라스마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순물이 없는 플라스마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초고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도 관건이다. 다른 핵융합 장치들은 케이스타와 같은 초전도 자석이 아닌 상전도 구리 자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과도한 온도 상승으로 장시간 운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원은 내부에 자기 장벽을 만들어 플라스마 성능을 고성능 운전 모드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내부수송장벽'(ITB) 모드를 통해 장시간 플라스마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 목표는 2025년까지 300초 연속 운전하는 것이다. 고성능 플라스마 운전을 위해 내년 디버터(플라스마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보내는 장치) 소재를 기존 탄소에서 텅스텐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2040년 케이스타가 생산한 핵융합 에너지로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핵융합 실증로 '케이데모'(K-DEMO)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 핵융합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예정대로 2035년 핵융합 에너지의 효율성 실증에 성공하게 되면, 2050년께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시우 케이스타 연구센터장은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기술은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핵융합 핵심 과제"라며 "이번 케이스타의 초고온 플라즈마 20초 유지 성과는 장시간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기술 확보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를 함께 수행한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케이스타 실험을 통해 장시간 초고온 운전에 성공함으로써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한 핵융합로 운전 기술 개발에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장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20초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케이스타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며 "2025년 1억도 이상에서 300초를 달성해 장시간 운전과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목표로 도전적인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이번 실험에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나용수 연구팀,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다음 달 10일까지 진행되는 실험 결과는 내년 5월 열리는 핵융합 연구자들의 올림픽 'IAEA 핵융합에너지 콘퍼런스'에서 전 세계 핵융합 연구자들에게 공개된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