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조 6000억원 규모의 3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안 등을 포함한 ‘코로나 극복 민생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가 300명을 넘어가고 사회적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는 등 재확산 추세에 맞춰 세번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내년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위한 여야의 ‘재정 살포’ 경쟁의 ‘신호탄’이 되진 않을까하는 우려도 나온다.돌봄지원비 20만원 일괄 지급, 보훈수당 20만원 인상 등도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국민 코로나 백신 확보 등의 내용이 담긴 6대 분야 민생예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내년도 예산안에 코로나19와 결부된 재난지원금이나 대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재난지원금 지급안을 사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우선 3조6000억원의 ‘코로나 위기극복 예산’을 마련해 코로나19 피해가 큰 업종이나 가구에 대해 긴급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신의 확보를 위해 1조원 규모의 ‘국민건강지킴 예산’도 편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가정을 위해 긴급돌봄 지원비를 초·중·고등학생까지 20만원씩 일괄지급하고 어린이집 보육료를 월 24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는 등의 ‘아이사랑예산’과 결식아동의 한끼 급식지원비를 현재 5천원에서 1만원으로 2배 인상하는 ‘약자와의 동행 예산’ 등도 편성할 예정이다.
농가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농촌살림예산’이나 보훈수당을 한달에 20만원, 소방공무원 근무수당을 한달에 14만원 인상하는 ‘국가헌신 보답 예산‘도 6대 예산에 포함됐다. 정부 여당, 당장은 “시간이 없다”지만...
정부와 여당은 3차 재난지원금 지급 등 국민의힘의 제안에 대해 12월에 처리해야하는 본예산에 편성하기에는 시간상 너무 촉박하다며 당장은 선을 긋고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의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글쎄요”라며 직접적인 답은 피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지금은 정기국회 본예산 처리에 충실할때"라고 말했다.
청와대 역시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지 하루밖에 안된 시점이라 피해가 어떻게 나올지 일단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이러한 반응은 3차 재난지원금 지급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아니라 본예산에 편성하기 위한 시간상의 문제를 우려하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야당의 반대속 1년에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까지 코로나 대비 예산을 밀어붙인 만큼 이번 본예산이 아니라도 내년초 추경으로라도 재난지원금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내에서도 지원금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내년 1월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했다. 그는 “정말 다급해지면 내년 추경으로 4차 재난지원금을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선거앞둔 선심성 ’재정투입‘ 경쟁 시작되나야당까지 현금성 지원금 지급안을 들고 나오면서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선심성 재정살포 경쟁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21.3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사업 등에 포함된 정부의 선심성·낭비성·전시성 예산을 깎아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여당이 야당의 주장처럼 국책사업인 한국판 뉴딜 예산을 깎아 코로나19 대비 예산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결국 지난 4·15총선 직전 재난지원금을 두고 여야가 보여줬던 ‘누가 더 많이주는가’의 경쟁형태와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에도 김종인 선거관리대책위원장은 본예산을 깎아 재원을 마련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지만, 이후 벌어진 여야의 ‘레이스’ 끝에 모든 국민에게 가구당 10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이 결정됐고, 이를 위해 12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이 편성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매번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선심성 공약 경쟁의 모습이 나타날까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