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르 뒤폴로 美 MIT 교수 "한국, 기본소득보다 선별 지원 택해야"

입력 2020-11-24 17:36
수정 2020-11-25 01:36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고 발전한 나라들은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보다는 선별적 재정지원(selective financial support)을 선택하는 게 낫습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폴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사진)는 24일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의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뒤폴로 교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단점은 수혜 대상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라며 한국은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해 기본소득보다는 선별적 복지가 적합하다고 말했다. 뒤폴로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이번 기조연설을 화상으로 했다.

뒤폴로 교수는 노벨경제학상 역대 최연소(만 46세) 수상자이자 두 번째 여성 수상자다. 빈부 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증 연구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배우자이자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배너지 MIT 교수와 함께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뒤폴로 교수는 “코로나19 위기를 통해 많은 국가가 피해를 입은 국민에게 현금을 줘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각국은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며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보편적 현금 지원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은 어떤 사람을 언제 지원할 수 있는지 판단할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뒤폴로 교수는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무작정 높이는 것은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평가했다. 그는 “높은 소득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장치가 없다면 불평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고소득자에게 매우 높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부 예산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뒤폴로 교수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미국의 소득세율을 예로 들었다. 당시 소득세 최고구간에 부과하는 세율은 90%를 웃돌았다. 하지만 높은 소득세율 탓에 기업들은 많은 급여를 지급할 이유가 없었고, 그에 따라 정부 세수도 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등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저금리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매우 낮은 금리는 가난한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낮은 금리는 자산 가격 상승을 가져오며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했다. 뒤폴로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오랜 기간 저금리를 이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는 한국의 경제·사회 발전 노하우를 국제사회와 공유하는 자리다. 이번 행사에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참석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식 공유 방향’을 논의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