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컨벤션협회(ICCA)는 올해 연례총회를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협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없게 되면서다. 협회 60여 년 역사상 처음 총회를 하이브리드로 연 ICCA는 새로운 시도를 덧붙였다. 대륙마다 주요 도시에서 총회를 원격분산 개최하는 방식을 택한 것. 일명 ‘따로 또 함께’ 콘셉트다. 총회 개최지인 대만 가오슝 외에 서울과 말레이시아 쿠칭, 룩셈부르크와 스페인 말라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 6개 도시, 2개 지역(북미·남미)이 지역 허브로 선정됐다. 이 방식으로 92개국 1200여 개 협회 회원들은 지난 2일과 3일 총회는 물론 지역별 특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코로나로 국제행사가 올스톱된 상황에서 ‘따로 또 함께’ 콘셉트의 ICCA 총회가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신문이 센실 고피나스 ICCA 회장, 이재성 서울관광재단 대표와 올해 ICCA 총회 개최가 갖는 의미와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담은 두 대표와 이메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Q 지역 허브를 통해 분산 개최한 총회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센실 고피나스 회장=총회 개최지인 대만 가오슝이 누려야 할 혜택을 고려할 때 원격분산 개최가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닥친 상황에서 창의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지역 허브를 활용한 시도는 코로나 상황에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협회 회원들을 효율적으로 모아 결속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재성 대표=총회 메인 프로그램 외에 비대면 등 마이스의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서울만의 특화 세션을 운영했다. 강연, 상담 등 지역 상황에 맞춘 프로그램이 이전보다 더 많은 회원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끈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본다. 지역 허브를 활용한 분산개최가 콘텐츠 다양성뿐 아니라 시의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Q 지역 허브 도시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고피나스 회장=지역 프로그램의 창의성과 시의성 그리고 ICCA가 추구하는 목표와 부합하는지를 따졌다. 최종 도시 선정은 별도의 선정 위원회(selection committee)에서 맡았다. 이미 글로벌 마이스 도시로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서울은 체계적인 방역시스템으로 안정적인 행사 개최가 가능한 곳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Q 올해 총회에서 채택된 ‘가오슝 프로토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고피나스 회장=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도전적인 상황에 필요한 것은 ‘혁신’ 그리고 효율적인 공동 대응을 위한 ‘공유체계’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위험 요소를 최소화한 하이브리드 이벤트와 같은 디지털 개혁, 협력·교류 확대 등을 통해 컨벤션의 가치를 높이고 산업의 지속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담고자 했다. Q 이번 총회를 통해 서울이 얻은 성과는 무엇인가.
▷이 대표=코로나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마이스 개최지로서 서울의 경쟁력과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 방역은 물론 하이브리드 플랫폼 등 서울이 그동안 준비하고 실행한 다양한 성과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도 됐다. 강원과 광주, 경남, 경기 등 지역과 업계 관계자가 모여 코로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도 의미있는 성과 중 하나다. Q ICCA 총회 서울 유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이 대표=그렇다. 2023년 ICCA 연례총회를 서울로 유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해 총회에 지역 허브로 참여해 서울의 개최 역량과 타 도시와의 유기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증명해 보일 수 있었다. 그동안 유럽 도시들이 싹쓸이하던 마이스 분야 오스카상 ‘베스트 마케팅 어워드’를 서울이 수상한 점도 유치 경쟁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피나스 회장=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서울뿐 아니라 한국이 코로나 상황에서 세계 마이스 시장 회복과 재개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 성장을 이끄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산업 육성을 위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업이 더 중요해졌다. 한국 내 다른 도시는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 도시들과 협업을 확대해 서울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면 유치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담·정리=이선우 기자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