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23일(04: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부 업체들이 대부업을 철수하거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이자율을 추가로 낮추기로 하면서다. 이렇게 되면 대부 업체들의 대손비용 부담이 커져 저신용자들에게 대출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3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고이자율이 연 24%인 상황에서 대부 업체들이 감내 가능한 대손비용은 약 12% 수준이다.
대부 업체의 평균적인 비용 구조를 보면, 보유한 대출채권 대비 신규 대출을 취급하기 위해 필요한 모집수수료가 약 4%다. 대부 업체를 운영하기 위한 판매관리비가 3%, 평균 이자비용이 5% 수준이다. 대손비용을 제외하고 보유한 채권 대비 12% 수준의 비용이 고정비용 성격으로 발생하는 셈이다.
과거 최고이자율이 연 27.9%일 때는 대부 업체가 감내 가능한 대손비용이 약 15~16%였다. 이 때는 신용등급 9등급(전체 1~10등급) 수준의 차주에게도 대출이 가능했다. 최근 4년간 9등급 차주의 불량률 범위는 11.87~14.49%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최고이자율이 연 24%인 상황에선 9등급 차주에게 대출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이다. 9등급 차주는 100만명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04만명이다. 최고이자율이 연 24%로 인하되면서 100만명 정도의 대부 업체 예비 고객군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운신의 폭이 더 줄어든다. 정부가 최고이자율을 연 24%에서 연 20%로 낮추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16년 연 27.9%까지 이뤄진 최고이자율 인하 과정에서 대부 업체 수는 감소했지만 총 대부 잔액이나 거래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하지만 연 24%로 더 낮아진 이후엔 대부 잔액이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대부 자산 잔액은 전년 말 대비 8.3% 감소한 13조1196억원이다. 지난해 6월 말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본계 대형 대부 업체가 영업을 중단하고 주요 대부 업체가 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전환한 영향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고이자율 인하로 대부 업체의 고객군이 8등급 이내로 한정됐다고 판단했다. 저축은행과 경쟁 강도는 거세지는 구조다. 국내에서 통상 6~8등급의 차주는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하고, 8등급 이상 차주는 대부 업체에서 하고 있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대부 업체는 자금 조달 측면에서 저축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대부 업체는 수신 기능이 없고 공모사채와 자산유동화증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기업어음 발행이나 금융회사 차입, 사모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달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대부 업체들이 대부업 철수를 고려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해외 자본으로 대부업을 하던 대부 업체는 연 24%로 최고이자율이 인하된 뒤 대부업을 철수했다. 또 국내 대부 업체들은 대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담보대출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다. 실제 2016년까지 15% 수준이던 담보대출 비율을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전체 대부 채권 중 44%를 차지하고 있다. 중고차 담보대출, 부동산 후순위 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노 연구원은 "담보대출도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라기엔 불확실성이 크다"며 "상위권 대부 업체는 대부분 저축은행, 캐피털 업체, 렌털 업체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