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 시달리던 서민들, 결국 '노도강'부터 집 샀다"

입력 2020-11-23 08:17
수정 2020-11-24 07:55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전세난에 지친 무주택자들이 일부 매수세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과 중랑구에서 매매가 급격히 늘었다. 전셋값이 오르면 매매를 자극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0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4021건으로 지난 9월(3771건) 보다 6.6%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대비 증가한 건 지난 6월 이후 4개월 만이다. 10월 거래된 주택의 신고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이 더 남아 있어 9월과의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6월 정점으로 줄었던 아파트 거래량, 10월엔 상승 전환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패닉바잉(공황구매) 바람에 지난 6월 1만5613건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정부가 6·17대책과 7·10대책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거래가 주춤해졌다. 지난 7월에는 1만643건으로 줄더니 8월(4986건), 9월(3771건) 등으로 반토막이 나다시피 했다. 아파트 매물은 넘쳤지만, 매수세가 줄면서 거래절벽이 지속됐다. 이 기간동안 서울 아파트값도 보합권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9~10월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이후 전세매물이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무주택 세입자들이 매수세로 전환했다. 경기도나 인천 등 아예 밖으로 빠지거나 서울에서도 집값이 비교적 낮은 외곽 자치구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결국 이러한 흐름은 통계로도 나오게 됐다.

25개 자치구 중 거래가 늘어난 곳은 16곳이었다. 가장 많은 비중으로 거래가 늘어난 지역은 종로구였다. 지난 9월 34건에서 71건으로 108.8% 증가했다. 거래건수가 미약해 증가폭이 컸다.

다음으로 강북구가 78건(9월)에서 117건(10월)으로 50.0% 증가했고 △도봉구(140건 →196건, 40.0%↑) △중랑구(103건→141건, 36.9%↑) △영등포구(152건 →191건, 25.6%↑)△노원구(311건→368건, 18.3%↑) △은평구(150건 →169건, 12.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9월 205건이 거래됐던 강동구는 176건이 거래돼 14.1% 줄었고,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했던 광진구(68건), 강서구(291건) 등 9개구가 9월대비 감소세를 나타냈다. 25개구 중 16개구에서 거래량 늘어…노도강·중랑구 급증세전문가들은 전세난 회피 수요가 매매를 자극해 집값이 다시 오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더불어 정부가 지난 19일 내놓은 전세대책 또한 마땅한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10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은 1만7105건으로 전달(1만3605건)보다 25.7% 늘었다. 비규제지역이었던 김포, 파주를 비롯해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인 수원, 용인, 고양, 화성, 성남 등에서 거래량이 일제히 증가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전세난에 시달리던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 지역이나 수도권 아파트 매매로 돌아서고 있다"며 "정부의 전세대책에는 가장 선호도가 높은 주거형태인 아파트 임대주택 공급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전세난 해결을 위해 품질좋은 공공전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총 11만4000호의 주택을 공급해 주택·전월세 시장의 안정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2023년 이후부터는 3기 신도시, 도시정비사업 등을 통해 수도권 127만호 등이 본격 공급돼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은평구에 위치한 매입 임대주택 현장을 방문해 "새로 도입된 ‘공공 전세주택’ 유형은 매입단가가 서울 평균 6억원으로 대폭 향상돼 서울, 수도권 요지에 품질좋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3억원 수준인 주택 최대 매입단가를 공공전세의 경우 서울은 6억원, 수도권은 4억원, 지방은 3억5000만원까지 높일 예정이다. 면적도 30평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대의 저리로 건설자금을 지원하고 도심 내 임대공급 실적이 많은 업체에는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