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신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경쟁자로부터 ‘왕좌’를 빼앗는 순간 시장은 극적으로 반응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보통주 종가 기준)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6년 1월 4일이다. 2006년 선보인 보르도 LCD TV는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 1위를 달성하는 디딤돌이 됐다.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에 공급됐다. 휴대폰 시장의 주도권을 애플이 가져가는 듯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반격에 나섰다. 2011년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기업이 됐고, 2012년에는 그 격차를 벌렸다. 2012년 4월 삼성전자 시총은 200조원을 돌파했다. 일반 휴대폰 시장의 지배자였던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을 접어야 했다.
D램 치킨게임이 마무리된 것도 이 시기다. 2009년 독일 키몬다가 파산하고, 2012년 일본 엘피다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로 개편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반도체 슈퍼호황’을 만난다. PC와 모바일 고객만 있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큰손’이 등장했다. 구글 아마존 같은 서버 업체들이었다. 시장에서는 2016~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 4월 시총 3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58조886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7조1419억원이다.그럼에도 삼성전자 시총은 400조원을 넘어섰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5G 통신장비 부문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압도적인 2위’ 자리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 TSMC를, 5G 통신장비 부문에서는 중국 화웨이를 제치는 것이 목표다. 이미 5G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기존의 주류였던 노키아와 에릭슨을 앞서고 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업계 2위인데도 이만한 주가를 인정받았다면 업계 1위로 올라가는 순간 더 큰 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