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물류 대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주요 해운사의 실적 전망치가 최근 되려 떨어졌다. 운임 인상이 컨테이너 운송 등 정기선 운임에 한정돼 있고, 철광석 석탄 등을 수송하는 벌크선 운임은 이달 다시 급락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해운 테마’로 엮인 종목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지만 선별 매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해운은 23일 19.86% 오른 3380원에 장을 마쳤다. 개인이 104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팬오션도 6.05% 올랐다. 이들 종목이 오르는 건 최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급등하며 해운 테마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SCFI는 지난 20일 1938.32를 기록, 5월(855.07)에 비해 2배 가까이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대한해운과 팬오션의 실적 전망치는 떨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해운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454억원으로 1개월 전에 비해 3.5% 하락했다. 팬오션은 2476억원으로 이 기간 3.0% 떨어졌다. HMM(옛 현대상선)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이 기간 4.3% 오른 것과 상반된다.
대한해운과 팬오션의 실적 전망치가 떨어진 건 이들 회사는 컨테이너 운송사가 아니라 원유, 철광석 등을 운송하는 벌크선사이기 때문이다. SCFI가 오른 것과 반대로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지난 20일 1148을 기록해 1개월 전에 비해 15.0% 떨어졌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BDI는 유가와 함께 움직이는데 아직 원유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이 떨어진 것도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14원20전을 기록, 하반기 들어 10.1% 떨어졌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운 분야는 달러로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기 때문에 환율이 떨어지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