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르친 30대 농부들의 평균 소득이 연 9000만원쯤 됩니다. 매출 150억원대 농부도 있어요.”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사진)은 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앞으로 농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 청장이 언급한 9000만원은 한국농수산대 출신 30대 청년 농부들의 평균 소득이다.
허 청장은 2018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한농대 총장을 지내며 웬만한 대기업 직원 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는 청년 농부들을 키워냈다. 22일로 농진청장 취임 100일을 맞았다.
허 청장은 “청년 농업인이 서야 한국 농업이 산다”며 ‘정예 청년 농업인 5000명 육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청년 농업인 양성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촌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6.6%에 이른다. 농촌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농촌 소멸론’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허 청장은 “이런 상황이 오히려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업에 뛰어들면 먹고살 게 넘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청년들을 농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선결 과제로 노지 농업 디지털화를 첫손에 꼽았다. ‘농사는 힘들고 고되다’는 인식을 불식시키려면 스마트 팜을 도입하는 등 농업을 디지털화해 노동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딸기 토마토 등을 온실에서 재배하는 시설원예 분야는 스마트 팜이 많이 도입됐다. 반면 노지 작물은 아직 자동화 수준이 낮고, 그만큼 노동 강도가 높다. 밀 콩 고추 등 식량 작물 대부분이 해당한다. 허 청장은 “노지 농업까지 디지털화해 식량 작물도 힘을 덜 들이고 재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 3일 디지털농업추진단을 발족했다. 디지털농업과학원 신설도 구상하고 있다.
허 청장은 농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기술(BT)에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결합하면서 동식물 자원의 활용 가능성이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며 “선진국이 되느냐 못 되느냐도 농업 기술 경쟁력에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산 신품종을 개발해 농작물 품종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며 “쌀은 2025년까지 고시히카리 등 일본 품종을 100% 국산 품종으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농업을 개발도상국에 전파하는 ‘K-농업기술’ 협력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진청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개도국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국산 농작물 품종과 재배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사막에 벼를 파종해 지난 5월 1차 수확에 성공했고, 2차 시험 재배를 진행 중이다.
허 청장은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물론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과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FARM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