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겨냥…'지연전략' 뜬다

입력 2020-11-23 17:13
수정 2020-11-24 01:10
최근 글로벌 공급망관리(SCM)에서는 ‘지연전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쉽게 말해 제품을 생산할 때 일정 수준까지는 같은 스펙으로 제조해놓고, 마지막 단계에서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성능 등에서 차별화하는 것이다.

지연전략은 제품에 대한 다양한 요구에서 시작됐다.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세대 등 취향이 확실한 사람들이 핵심 소비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이 이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권일명 커니코리아 부사장은 “공장의 로컬라이제이션이 확대되면 본사가 각 지역에 보내는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각 지역에서 효율적으로 다양한 수요를 감당하려면 지연전략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업체들이 지연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차체 등 일정 수준까지는 동일하게 맞춰놓고 ‘옵션’과 ‘디자인’을 넣는 단계에서 제품별로 차별성을 주는 것이다. 완성차업체로선 원가를 낮추면서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큰 덩어리의 부품이 서로 다른 차종을 넘나들며 결합한다’는 의미의 MQB 전략을 적용 중이다. 도요타는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로 불리는 전체 차량 플랫폼의 공용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효율성이 더 중시됨에 따라 자동차업체들의 지연전략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자업계에서도 지연전략의 중요성이 커졌다. 예컨대 미국 PC업체 델은 메모리 등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종 사양만 남겨두고 나머지 스펙은 통일해서 제품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