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에서 클래식은 비주류로 통한다. 쉽게 듣기 어렵고 공연을 볼 기회가 다른 공연에 비해 적어서다. 클래식 안에서도 비주류로 불리는 장르가 있다. 바로 실내악. 국내에선 콩쿠르 우승자 독주회와 대규모 교향곡 중심으로 공연이 열려왔다. 국내 실내악 문화를 이어온 악단이 잇따라 공연을 연다.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단체)’로 선정된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와 현악 4중주단 ‘에스메콰르텟’이 무대에 오른다.
KCO는 이달 26일부터 내년 3월과 7월 3회에 걸쳐 실내악을 대표하는 곡을 공연한다. 오는 26일에는 벨러 버르토크의 ‘루마니안 춤곡’과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 비발디의 ‘사계’를 들려준다. 내년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대표곡과 낭만주의 작품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40년 동안 KCO를 이끌어온 김민 예술감독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흥을 돋우는 유희곡(디베르티멘토)을 골랐다”며 “교향곡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악기마다 지닌 매력을 생생히 들을 기회”라고 말했다.
고(故) 전봉초 서울대 음대 교수는 1965년 당시 현악과 학생 16명을 이끌고 서울바로크합주단을 창단했다. 단원이 부족해 현악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연주자로만 악단이 꾸려졌다. 2015년 목관악기를 추가해 단원 32명인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로 거듭났다. 단원 수를 늘렸어도 실내악 곡을 고수했다. 깊은 내공을 바탕으로 올해까지 공연한 횟수는 1000회가 넘는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악보도 없어서 해외에서 들여온 걸 손으로 베꼈다”며 “실내악은 지휘자 없이도 연주자끼리 역량을 뽐내는 ‘필수 영양제’ 같은 장르”라고 말했다.
KCO가 꽃피운 한국 실내악 문화는 에스메콰르텟에서 열매를 맺었다. 2016년 10월 독일 유학생 출신인 배원희(바이올린)와 하유나(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이 뭉친 새내기 콰르텟이다. 창단 1년 만인 2017년 노르웨이 토른헤임 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에 올랐다. 2018년에는 세계에서 실내악의 성지로 꼽히는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에서 1위를 비롯해 특별상 4개를 휩쓸었다.
에스메콰르텟은 이달 28일부터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날 요제프 하이든의 ‘현악4중주 29번 G장조’,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현악4중주 13번’, 베토벤의 ‘현악4중주 8번’을 연주한다. 내년 5월에는 2회에 걸쳐 실내악 곡을 시대순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에스메콰르텟 리더인 배원희는 “현악4중주 곡이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장르다 보니 시대별로 대표적인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