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 중 9명은 자신 소유 내지는 임차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발언과 달리 여당 의원 대부분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셈이다. “자신들은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아파트에 살면서 서민들에게는 아파트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냐”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2일 21대 국회 신규 등록 의원 재산등록사항(5월 30일 기준)과 2020년 정기재산변동신고 공개목록(지난해 12월 기준)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재산이 공개된 민주당 의원 173명 중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거나 아파트에 전·월세로 거주하는 의원은 155명으로 집계됐다. 비율로는 89.6%에 달한다.
이 중 본인 혹은 배우자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의원은 이낙연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해 총 113명(65.3%)이었다. 민주당 의원 3명 중 2명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단독주택·연립주택·다세대주택·오피스텔 등 아파트가 아닌 형태의 주택에서 거주하는 의원은 18명(10.4%)에 불과했다.
‘아파트 환상’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진 의원은 서울 명일동 래미안 솔베뉴 아파트에 임차인으로 살고 있다. 진 의원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지난해 준공된 신축 아파트로,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 부대시설도 갖추고 있다. 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모두 아파트에 거주 중이다. 이 대표는 보유 중인 서울 내수동 경희궁의아침 아파트를 전세 놓고 홍파동 경희궁자이 아파트를 임차해 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부부 명의로 경기 성남시 수진동 아파트를 갖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는 임차인으로 생활하면서 서울 강남(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주택은 투기의 수단이 아니라 거주의 수단으로 봐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과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남양주갑이 지역구인 조응천 의원은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다. 조 의원은 2억7000만원에 은마아파트를 임대 놓고 자신의 지역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경기 광주을이 지역구인 임종성 의원도 배우자가 은마아파트 보유자다.
민주당 윤리감찰단 단장인 최기상 의원(서울 금천)도 강남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서울 일원동 아파트를 부부 공동 명의로 보유하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시흥동에서 아파트를 임차해 살고 있다. 이 외에 김진표·박광온·김병기·이용우·허영·박성준·이수진(서울 동작을)·김회재·소병철·이탄희·정정순 의원 등도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채 본인의 지역구에서 임차인으로 거주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집은 거주의 수단’이라면 의원들이 강남 집을 굳이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앞으로 민주당 선출직 공직자는 본인 지역구 주택만 보유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의 ‘아파트 환상’ 발언을 놓고 맹공이 쏟아졌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슴 아프게 꿈을 접는 사람들에게 이 정권은 염장 지르는 말만 쏟아낸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희망을 버리자.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부동산 악몽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오랜 세월 축적돼온 국민 인식을 아무 근거 없이 ‘환상이나 편견’으로 치부하는 고압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미래주거추진단 단장을 맡은 진 의원은 지난 20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매입임대주택 현장을 방문해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훨씬 더 다양한 주거의 형태가 가능하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