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조만간 2024년 대선 재출마를 발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며 소송전에 나서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현실을 받아들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가까운 지인들과 비공개 회동 및 통화 등을 하고 4년 뒤 재출마 여부를 상의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1월 백악관을 비워준 이후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숙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참모들에게 정치와 언론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존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모는 “트럼프가 3주 안에 새로운 선거 캠페인을 발표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2024년 재출마 선언을 서두르는 것은 공화당 내 차기 잠룡이 우후죽순 나서는 걸 막기 위해서란 관측이다. 잠룡들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 등이 거론돼 왔다. 트럼프가 대선 재출마를 공식화하면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잠재적인 재대결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게 WP의 분석이다.
트럼프 캠프의 한 당국자는 “공식 직함이 있든 없든 트럼프는 실질적으로 공화당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배신 세력을 철저하게 축출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가 첫 번째 타깃으로 꼽힌다. 폭스는 올여름까지만 해도 트럼프를 노골적으로 편들었으나 이후 관계가 틀어졌다. 대선 당일엔 경합주 애리조나주에서 가장 먼저 바이든 승리를 선언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직접 미디어를 만들어 보수 지지층을 흡수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화상 회의에 참석한 트럼프는 또 다른 기행으로 구설에 올랐다.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개회사를 하는 내내 고개를 숙인 채 “전례 없는 투표 사기 행태를 보여줄 것” 등의 트윗을 띄우는 모습이 포착됐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미국 경제의 낮은 실업률과 수요 급증을 자찬하면서 “경제적으로나 전염병 대처에 있어 임기 동안 믿을 수 없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발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대참시킨 뒤 자리를 떴고, 이후 버지니아주의 한 골프장으로 향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