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지어진 서울 마포아파트는 오늘날 일반화된 단지형 아파트의 ‘원조’다. 6층짜리 10개 동(棟)이 Y자형으로 배치됐고, 사상 처음으로 개별 연탄보일러와 수세식 변기도 설치됐다. 좁은 면적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촌향도(離村向都)에 따른 주택난과 택지 가격 급등을 해소하겠다는 게 건설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대까지 아파트는 상류층만 넘볼 수 있는 고급 주거지였다.
그랬던 아파트가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쾌적한 주거 형태로 거듭난 것은 1970년대를 거치면서다. 서울 반포·삼성·개포동 등지에 대한주택공사(현 LH)가 잇따라 대규모 단지를 지으며 대중화됐다. 이후 1980년대에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 1990년대 경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속속 들어섰다. 지금은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2019년 51.1%)이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가 ‘내 집 마련’의 종착역처럼 여겨지면서 국민 2600만 명이 청약통장에 가입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아파트를 한국 사회의 ‘물욕(物慾)의 상징’처럼 여기는 시각도 나타났다. “아파트가 임대·분양·주상복합 등으로 계급화돼 계층적 폐쇄성을 띠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를 해체하는 게 왜곡된 문화를 바로잡는 대안”(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이라는 식이다. 1970년대 이후 다양한 문학작품에 ‘아파트 공화국’ ‘복부인’과 같은 단어가 부정적 뉘앙스로 사용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말 내내 인터넷을 달군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파트 환상’ 발언도 이런 시각들과 맥을 같이한다. 진 의원은 서울 공공임대 주택을 찾아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에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이런 얘기를 서슴지 않고 꺼내는 고위 인사가 많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진 의원 본인은 서울 강동구의 최신 아파트에 살면서 정부가 자초한 ‘전·월세 대란’에 고통받는 무주택자들의 염장을 질렀으니, “서민들은 아파트에 사는 꿈도 꾸지 말라는 거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당 의원 10명 중 9명이 일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점도 어색하다.
어쩌면 “모두 용이 될 필요는 없다”거나 “모두가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는 특권의식이 이들의 잠재의식에 공유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24번의 부동산 대책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내놨던 걸까.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