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양향자의 이유있는 야당 저격

입력 2020-11-22 18:20
수정 2020-11-23 00:23
“여당(더불어민주당)의 TK(대구·경북) 고립 작전에 철저히 농락당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이 최근 사석에서 “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전한 말이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국민의힘이 보여주고 있는 내분 사태를 대표적으로 꼽으면서다. 지난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국민의힘에서는 갈라진 목소리들이 여과 없이 외부로 터져 나왔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도 신공항을 적극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TK 출신 정치인들은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권영진 대구시장), “감사원 감사를 추진하겠다”(주호영 원내대표) 등 격한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PK(부산·대구) 출신 의원들은 이 와중에 전광석화처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이런 당내 혼란은 민감한 정치 현안일수록 더 두드러졌다. 김 위원장이 정치 소신이라며 공개적으로 찬성한 ‘기업규제 3법’에 대해 해당 상임위 간사인 김도읍·성일종 의원은 “‘임대차 3법’처럼 졸속처리하지 않겠다”며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국회의 세종시 이전, 이명박·박근혜 등 전직 대통령 사과와 같은 정치 현안에서도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졌다. 보다 못한 민주당 최고위원인 양향자 의원은 “학교 학생회 정치력도 이보다 낫다”며 “학급별 체육대회 유니폼을 고를 때도 각 반의 입장과 선호도를 조사한 뒤 서로 조율한다”고 쏘아붙였다.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여당과 협치하려면 야당 차원의 당론부터 만들라는 ‘훈수’다.

당 내부에서도 “지도부가 주요 정치 현안에 대해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해신공항에 대한 현 정부의 방침은 지난해 6월 총리실 산하에 검증위를 신설할 당시부터 예견됐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 이후 1년이 넘도록 이 문제를 방치해 왔다. 국회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이 사안을 공론화했지만 국민의힘은 그 어떤 대안도 모색하지 않았다. ‘행정수도 완성추진단’을 꾸려 대안을 착착 준비하고 있는 민주당과 대조적이다.

적지 않은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은 지난 20일 민주당의 공개회의에서 “상속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재차 의견을 낸 양 의원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가 ‘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들으면서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건 “과도한 상속세가 경제의 역동성과 기업의 연속성을 해친다”는 소신 때문이다. 이런 소신을 가진 야당 정치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국민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야당 1위 대선 후보 타이틀을 주는 이유를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