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고교생 제자에게 금품 훔치게 한 30대 女교사 석방, 왜?

입력 2020-11-22 14:31
수정 2020-11-22 14:33

연인 사이였던 고등학생 제자에게 집에서 부모의 귀금속 등 금품을 훔치라고 시킨 30대 기간제 여교사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인천지법 형사항소3부(판사 장성학)는 절도교사와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시 남동구 한 고등학교의 전 기간제 교사 A씨(32)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4월 재직중이던 고등학교에서 연인 사이로 발전한 제자 B군에게 집에 있는 금반지와 금목걸이 등 137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라고 시킨 뒤 이를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또 같은 해 2~5월 B군의 영어 과외를 해주겠다며 B군의 부모를 속이고 과외비 명목으로 10차례에 걸쳐 646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는다.

앞서 A씨는 B군에게 "남편처럼 해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며 B군이 자택에서 금품을 훔치도록 시켰다. A씨는 B군이 훔쳐 온 돈을 유흥비 등으로 사용하기로 하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후 A씨는 B군과 강원도 춘천으로 여행을 가서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면서 "미성년자라 돈을 벌 수 없으니, 집에서 돈이 될 수 있는 것을 훔쳐 오면 그것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자"고 지시해 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1~5월까지 B군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B군 부모에게 이 사실이 발각됐고, B군 부모는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사물을 변별할 능력 등이 온전하지 않는 상태에서 범행을 했다"고 주장하며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아울러 1심 형량이 무겁다며 법원에 항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할 당시 제자 B군과 연인관계로 발전한 뒤 그의 어머니의 물품을 훔치라고 시키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액도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과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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