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 시즌 4에 패션 아이콘으로 손꼽히는 고(故)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가 등장하면서 그녀의 패션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특히 과거 다이애나비가 입어 유명세를 탄 '검은 양' 문양의 스웨터는 26년 만에 재출시되면서 화제를 낳았다.
22일 미국 CNN방송, 영국데일리메일 온라인판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의류업체 웜 앤드 원더풀은 1994년 판매를 종료한 '검은양' 스웨터를 최근 미국 의류업체 로잉 블레이저스와 손잡고 다시 제조·판매에 나섰다.
빨간색 바탕에 흰 양 무늬 속 한 마리의 검은 양이 들어 있는 디자인의 검은양 스웨터는 웜 앤드 원더풀이 1979년 출시한 제품이다. 다이애나비가 1980년 찰스 영국 왕세자와 함께 참석한 한 폴로 경기장에서 입고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이후에도 다이애나비가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해당 스웨터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언론은 모두 하얀 양인 무리중에서 문제아 취급을 당하는 '검은 양'이란 표현을 그린 스웨터로 다이애나비가 영국 왕실에서 환영받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나타낸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다이애나비가 실제 입었던 스웨터는 현재 영국 런던 소재 공예 미술관인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 소장 돼 있다.
로잉 블레이저는 검은 양 스웨터 뿐 아니라 다이애나비에게서 영감은 받은 80년대 룩을 콘셉트로 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다이아나비가 입어 유명세를 탄 바이커 쇼츠, 트위드 재킷, '아임 어 럭셔리' 스웨터 등 이 포함돼 있다.
누리꾼들의 다이아나비 패션에 대한 관심도 커진 분위기다. 데일리메일 온라인판에 따르면 더 크라운 시즌 4가 방영된 첫 날인 지난 15일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 영국에서 다이애나비 패션 관련 검색량은 전월 같은 날보다 200% 가까이 뛰었다. 빨강 드레스(171%)의 증가량이 가장 많았고, 바이커 쇼츠(131%), 타탄 재킷(126%) 등도 검색량이 두드러지게 뛰었다.
더 크라운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통치기 영국 왕실을 다룬 드라마로 섬세한 고증으로 인기를 끌었다. 시즌 4에서는 다이애나비의 초기 모습이 등장한다.
다이애나 스펜서는 1981년 20살에 나이에 영국 왕위 상속권자였던 찰스 왕세자와의 결혼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름다운 신부는 '동화 같은 결혼'으로 세간의 화제를 모았으나 순탄치 않은 생활 끝에 결국 이혼했다. 이혼 후 다이애너비는 공식적인 직업은 없었지만 구호활동 등 다양한 국제 활동으로 인도주의자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이후 36세 때인 1997년 8월 파리의 한 터널에서 교통사고로 동석한 애인 도디 알 파예드와 함께 숨졌다. 이후 찰스 왕세자와 재혼한 커밀라 파커볼스는 왕세자비의 공식 직함인 ‘프린세스 오브 웨일스’는 사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결국 다이애나 스펜서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다이애나비'로 남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다이애나비 패션 소환이 레트로 열풍이 꾸준히 이어진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힘이 더 커진 점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 과거의 추억에서 위로를 얻으려는 레트로 유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패션을 비롯한 소비문화의 화두가 되고 있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는 "패셔니스타에서 패션 아이콘이 된 다이애나비는 특히 다양한 사회적 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쳤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한을 받자 넷플릭스가 패션 등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한층 커졌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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