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에도 패배?…경제전망, 전문가보다 유튜버가 낫다" [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0-11-21 10:40
수정 2021-02-18 00:02

예측이 넘쳐나는 시대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혁신이 '예측 생산자'의 문턱을 낮춘 덕분이다.

거시경제와 자산시장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언하는 일은 2010년 이전만 해도 각종 매체와 증권사 리포트 등에 이름을 낼 수 있는 전문가에 한정됐다. 하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등장으로 이제는 누구든 자신의 예측을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다.

넘쳐나는 예측 속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를 미리 보여줄 '신호'와 눈을 어지럽히기만 하는 '소음'을 구분하는 것이다. 미국 예측 전문가 네이트 실버가 2014년 내놓은 책 <신호와 소음>을 통해 우리가 살펴볼 내용이다.

실버는 2008년 미 대선에서 50개 주 중 49개주, 2012년 대선에서는 50개 주 전부의 승패 예측을 적중시켜 주목을 받았다. 선거결과와 야구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내놓기도 했다. 빗나가는 경제 분야의 전문가 예측 실버는 책에서 어떻게 신호와 소음을 분리해 성공적인 미래 예측을 적중시킬지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야구선수의 성적, 총선과 대선 등 선거 결과, 일기예보 등은 예측 기법이 발달하며 적중성이 올라가는 사례다.

하지만 이같은 예측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진과 경제는 예측이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 분야라고 설명한다. 상황을 좌우하는 룰이나 법칙을 발견하지 못해 신호와 소음을 구분할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제 예측의 역사는 반복된 실패로 채워져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후퇴기에 들어선 시점에 그 사실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미국 경기가 강한 하방 압력을 받았던 1990년과 2001년, 2007년에도 경기 상승을 예측하고 있던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필라델피아연방준비은행이 분기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해 발표하는 '전문 예측가 서베이(Survey of Professional Forecasters)'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전문가들은 2008년 미국 경제가 2.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07년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확대되며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990년부터 책이 쓰여진 2010년대 초반까지 세계 경기후퇴가 60차례 있었지만 경제 전문가들이 이를 예측한 경우는 한 차례에 불과했다. 1968년 이후 경제 예측에서는 전체의 절반 정도가 참고할 수 없을만큼 범위를 빗나가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국내외 매체에서 자주 인용되는 경기선행지수도 마찬가지다. 민간 연구기관인 콘퍼런스보드가 경기 지표 10개를 종합해 산출하지만 잘못된 경보를 울리기 일쑤다. 1984년 3개월간 지수가 떨어지며 미국의 경기 후퇴를 강하게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6%의 높은 성장률이 이어진 것이 단적인 예다.

기자 역시 증권 및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던 시절 연초나 연말이면 전화를 돌려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을 종합하는 기사를 자주 썼다. 하지만 이같은 예측이 맞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


2012년 역술인 이혁경씨와 주요 증권사의 전망을 비교한 적이 있었는데 증권사가 패배하는 사례가 더 많았다. 기자 생활을 시작하던 2005년 한창 폭등하던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던 와중에 연초 전문가들의 시장 기사를 우연히 본 기억이 있다. 그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강력한 정부 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경제예측은 왜 이렇게 틀리나물론 이를 전문가들의 자질 문제로 돌리기는 어렵다. 실버는 경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성질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마다 4만5000건에 이르는 경제 지표 관련 자료를 생산한다. 민간의 것까지 합하면 참고해야할 통계수치는 무려 400만건에 이른다.

어떤 시점에 어떤 지표를 참고하는게 옳은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지표 자체가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어떤 지표가 어떤 결과를 이야기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선행 지수로 기사에 자주 인용되는 소비자신뢰지수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거나 늘리면 경기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선행 지표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소비자들이 경제의 경고 신호를 가장 빨리 포착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기 회복이 이뤄져도 이를 가장 늦체 체감하기도 한다. 선행지표라는 소비자신뢰지수가 때때로 후행지표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경기와 자산가격이 단순히 경제 분야 내의 사건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정치 이벤트와 정책 결정, 국제 분쟁 등 다양한 사안이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언제 어디서 돌발 변수가 터질지는 말 그대로 예측의 바깥에 있다.

게다가 예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경제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정 기업이 자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보고서가 채권자들의 대출 회수로 이어져 실제 기업 파산에 이르게 하는 일이 국가 경제 단위에서 벌어지는 일이 허다하다. 예측이 여러 차례의 피드백을 통해 거품을 일으키거나 공황을 부른다.

정보 유통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장에서 급등락이 나타나는 빈도도 늘고 있다. 주식의 개별 종목 사이는 물론 서로 다른 자산 사이에서도 다른 이들과 가능하면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호갱노노'와 '다방' 등 플랫폼에 따른 부동산 정보 유통 증가는 부동산 시장 특유의 정보 불균등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최근 집값 급등을 부채질한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는 집값 하락기에도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처럼 경제 예측이 어렵다보니 미국에서는 슈퍼볼 우승팀이 그해 남은 기간 자산시장 향방을 결정한다는 속설까지 상당기간 진실로 믿어졌다. 내셔널풋볼리그 팀이 우승하면 상승, 아메리칸풋볼리그팀이 이기면 하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슈퍼볼 우승팀 결정은 1967년부터 1997년까지 31년 중 28번 주식시장의 방향과 일치했다. 물론 인과관계는 없고 이후에는 자주 빗나가며 이제는 잊혀진 속설이 됐다. 전문가가 더 불리한 이유하지만 실버는 전문가가 특히 경제 예측에 더 불리하다고 봤다. 전문가를 전문가이게 하는 분석틀과 명성이 예측을 빗나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이다. 실버에 따르면 금융위기 전야인 2004년 1월부터 2005년 여름 사이에 '주택 거품'을 구글에 검색한 사례는 10배 증가했다. 뉴스에서 해당 단어가 언급된 빈도도 2001년 8번에서 2005년 3447번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무디스와 S&P 등 신용평가사의 전문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주택 관련 채권의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자신들의 분석틀을 고수했다.

정보의 절대량이 늘면서 걷어내야할 소음도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자신의 불완전성을 인정해야 유연하게 소음을 소음으로 받아들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수정할 수 있다. 전문가의 아집은 이같은 일을 어렵게 한다.

미국 경제전망에서 익명으로 응답할 수 있는 '전문 예측가 서베이'가 자신을 드러내며 예측하는 '블루칩 경제서베이'보다 좀 더 나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버는 이렇게 말한다.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적다는 사실을 억지로라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 동기와 직업적 동기들이 모두 들고일어나서 우리가 그처럼 하지 못하게끔 가로막는다. 자신이 하는 여러 예측에 내재하는 실제 현실 불확실성을 인정하려면, 세상이 어떻게 움직일지 설명하는 자기 이론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유튜버가 유리할 수 있는 이유 그렇다고 실버가 경제 예측을 의미없는 것으로 치부한 것은 아니다. 소음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신호를 포착할 기회는 경제 영역에서도 존재한다.

대안은 더 많은 예측을 편견 없이 종합해 가는 일이다. 시장이 수요와 공급의 신호를 주고 받으며 적정한 가격을 찾아가듯 경제예측도 여러 신호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수정을 하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버는 "거시경제학적 예측부터 선거 여론조사에 이르는 많은 분야에서 단 한 사람(기관)의 예측에만 의지하지 않고 모든 예측의 평균을 취하는 일만으로도 예측의 오차는 보통 15?20퍼센트까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개별 경제 전문가 70명을 종합해 낸 예측이 개별 전문가 누구보다 실제 결과에 근접했다는 연구도 있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여러 전문가들을 불러서 의견을 듣는 유튜버의 경제 전망이 그 방송에 출연하는 개별 전문가보다 나을 수 있는 대목이다. 유튜버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는 하겠지만 전문가들에 비해 꼭 맞춰야 한다는 부담이 적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구독'과 '좋아요'를 추구하는 유튜버의 속성은 예측에 있어 또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비가 올 확률과 오지 않을 확률이 비슷하다면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에서 말하는 '축축한 편향(wet bias)'다.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비가 오면 분노하지만, 온다고 했는데 오지 않으면 안도하고 행운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의 속성 때문이다.

유튜버들이 대중이 더 듣고 싶은 방향으로 예측을 내놓을 가능성은 전문가보다 높다. 똑같은 분야라도 보다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시청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