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 협력업체 호소에도…한국GM 노조는 또 파업

입력 2020-11-20 13:38
수정 2020-11-20 13:44


한국GM 노동조합이 또 파업에 나선다. 협력업체 대표 100여명이 비를 맞으며 "파업을 멈춰달라.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노조는 이들의 절규를 외면했다. "노조 파업이 계속되면 더 이상 한국에 투자할 수 없다"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경고도 무시했다.

한국GM 노조는 2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23~25일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노조원이 4시간씩 파업하는 방식이다. 이번 파업으로 노조 파업기간은 15일로 늘어나게 됐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노조는 또 잔업과 특근도 거부하고 있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한국GM은 약 2만5000대 규모의 생산차질을 입게 됐다. 이는 한국GM 한달치 생산량과 맞먹는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들은 급감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지난 19일 인천 부평 한국GM 본사 서문 앞에서 파업을 중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살려주십시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비를 맞으며 약 2시간 동안 호소문을 낭독했다. 대표들은 "(노조의 파업이 길어지면서) 일부 업체는 전기세는 물론 직원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부도를 내는 업체도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18일엔 스티브 키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노사 갈등이 몇 주 내 해결되지 않으면 본사는 장기적으로 한국 사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철수 가능성을 공식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노조는 월 기본급 약 12만원 인상, 성과급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6년 연속 적자를 냈고, 올해도 흑자전환이 무산된 상황이라 임금 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을 이어가면 부품 생태계가 무너지고, 미국 GM 본사가 한국 철수를 강행할 우려가 있다"며 "노사의 공멸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