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한때 우리금융 인수 나섰던 1세대 사모펀드 티스톤 파산

입력 2020-11-23 09:23
수정 2020-11-23 16:57
≪이 기사는 11월15일(17:3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 때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할 정도로 이름을 떨쳤던 국내 1세대 사모펀드 티스톤이 파산했다. 오프라인 학원, 글로벌 잡지사 등 대표 투자 기업들에 대한 투자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펀드 결성에 실패하는 악순환 끝에 사업을 완전 접었다.

13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재판부는 지난 10월 말 티스톤에 대한 파산절차 종결 결정을 내렸다. 티스톤은 2018년 핵심 투자 자산인 오프라인 학원업체 타임교육 매각이 무산된 뒤 채권자였던 홍콩계 사모펀드에 타임 교육 경영권을 넘기고 2019년 법원에 파산절차를 신청했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티스톤 측의 부채는 약 63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채권자들에게 배당된 금액은 약 2500만원에 그쳤다. 주채권자는 한국투자증권, 한국증권금융 등 기관을 비롯해 개인 투자자들이 포함돼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티스톤은 미국 투자은행 살로먼스미스바니(현 시티글로벌마켓증권)한국 IB대표 출신 원준희 대표가 2001년 설립한 국내 1세대 사모펀드다. 티스톤은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드림시티방송(현 LG헬로비전 부천·김포방송)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2000년대 중반 빠르게 사세를 확장했다.

연기금, 보험사 등 국내 주요 출자자(LP)들의 선택을 받는 운용사로 성장한 티스톤은 2007년 당대 유명 오프라인 입시학원들을 인수해 학원 연합체인 타임교육을 설립하고, 2010년 뉴스위크 아시아 사업에 투자하며 국내 대표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2011년엔 민유성 전 산업은행금융지주 회장을 대표로 영입해 당시 민영화가 추진되던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여했다. 결국 무산됐지만 당시 인수전은 티스톤을 비롯해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설립한 보고펀드, 칼라일 출신 김병주 회장이 설립한 MBK파트너스가 참여한 사모펀드 3파전으로 관심을 끌었다.

보고펀드가 2014년 LG실트론(현 SK실트론)투자에서 큰 손실을 본 뒤 2016년 보고펀드의 바이아웃 사업부문이 독립해 VIG파트너스로 이름을 바꾼 점을 감안하면 약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처음 이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곳은 확고한 업계 1위로 자리매김한 MBK파트너스 뿐인 셈이다.

한 때 승승장구했던 티스톤이지만 야심차게 투자했던 타임교육 등 학원 포트폴리오가 학생 수 감소, 정책 변화, 업계 내 경쟁 심화 등으로 투자 회수에 실패하면서 점차 몰락의 길을 걸었다. 관계사로 설립한 아이에프글로벌(IFG)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2012년 원 대표가 법정에 서고, 2013년 민 회장이 나무코프라는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독립하는 등 내우외환을 겪은 티스톤은 이후 존재감을 잃었다.

2018년 티스톤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포트폴리오인 타임교육 매각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매각 실패 이후 타임교육은 주 채권자였던 영국계 투자회사 ICG에 넘어갔다. 사실상 모든 자산을 상실한 티스톤은 이듬해 법원에 파산절차를 신청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