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신은 여전히 우리와 '동거 중'

입력 2020-11-19 17:55
수정 2020-11-20 03:30
“미신은 어려운 질문에 해답을 준다. 우리 조상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퍼지거나 흉년이 들 때마다 미신을 찾았다. 불안도 덜고 책임도 가벼워져서다.”

미국 작가 샐리 쿨타드가 쓴 《미신 이야기》에선 옛사람들이 미신을 믿은 이유를 이렇게 바라봤다. 하지만 과학이 대두된 오늘날에도 미신은 남아 있다. 어떻게 생존해왔을까.

이 책은 만우절과 네잎클로버 등 서구 사회에서 널리 퍼진 51가지 미신을 소개한다. 현대인들에게 영향력이 큰 미신들을 한데 모았다. 작가는 “불확실성에 민감하고 삶을 통제하려 하는 사람일수록 미신을 따르는 경향이 짙었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도 미신에 속한다. 회식 자리에서 잔을 부딪치는 행동인 ‘건배’가 그렇다. 지역을 막론하고 여러 민족이 화합을 위해 건배했다. 현재는 흥을 돋우는 행위다. 저자는 “건배는 재채기를 하면 은총을 빌어주는 미신과 유사하다. 건배사로 복을 빌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한다”며 “과거 정령들을 기리는 의례에서 치러졌던 미신이 우리에게 체화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관용구에서도 미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미숙련자가 부담이 없어 큰 성과를 낸다는 ‘초심자의 행운’은 철저히 우연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새내기가 낸 성과만을 기억하는 ‘확증편향’이라는 분석이다. 도리어 도박장으로 끌어들이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저자는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연구에선 도박 중독자 중 절반은 초심자의 행운을 경험했고 재현하려 도박장을 다시 찾았다”고 말한다.

여전히 현대인들은 불길한 징조를 꺼린다. 사람에게도 등돌린다. 저자는 “영국에선 숫자 13이 들어간 주택은 다른 곳에 비해 월세가 저렴하다. 유기묘 센터에선 검은색 고양이 비중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사람들 머리에 깊게 박힌 몇 가지 미신은 사람에게도 해악을 끼친다”며 “여성 월경을 불결하게 여겨 배척하는 풍습도 여전하다. 공동체가 이성을 버리고 무책임하게 구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