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가계의 평균 세금 지출이 7.7% 뛰었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정책 여파로 재산세 납부액이 확 늘어난 탓이다. 보유세 증세 정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득 감소에 시달리는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 7~9월 가계의 월평균 세금 지출(경상조세+비경상조세)은 31만3700원이었다. 작년 3분기(29만1200원)보다 7.7% 증가했다. 증가율은 올 1분기(3.9%), 2분기(7.4%)를 뛰어넘는다.
소득세와 재산세 등 주기적으로 내는 '경상조세' 지출이 29만14000원으로, 1년 전보다 5.6% 늘었다. 경상조세는 올 1분기 1.3% 늘고 2분기엔 5.5%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매년 7월, 9월에 내는 재산세 증가 영향이 컸다"며 "소득세는 가계 소득 여건이 안 좋아 변동폭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보유세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올리는 대책을 펴고 있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통해서다. 그 결과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6.0% 올랐다. 서울은 상승률이 14.8%에 이른다.
오는 4분기에는 종합부동산세 납부(12월)가 예정돼 있다. 종부세는 작년 세율도 올렸기 때문에 납부액이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4분기에도 보유세가 주도하는 세금 지출 증가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양도소득세, 부동산 취득세 등 비정기적으로 내는 '비경상조세' 지출은 47.1% 늘었다. 다만 비경상조세는 금액이 2만2000원으로 작고 집을 새로 산 사람 등 일부만 내는 세금이다. 결국 올 3분기 가계 세금 지출이 크게 늘어난 주요 원인은 보유세에 있다는 얘기다.
사회보험료도 증가일로에 있다. 3분기 월평균 사회보험료 지출은 18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4% 늘었다. 1분기(10.7%), 2분기(5.4%) 등 높은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은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인상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소득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점이다. 올 3분기 가계 소득은 1년 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가계 소득의 핵심인 근로소득은 1.1% 줄었다. 사업소득도 1.0% 감소했다. 다만 정부의 복지 지원금을 뜻하는 공적이전소득이 29.5% 증가한 덕분에 가계 전체 소득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진 않았다. 이런 와중에도 정부는 보유세 인상 정책을 더 강화하고 있어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살림살이가 나빠진 가계는 경조사비나 부모님 용돈 등을 확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간 용돈, 경조사비 등을 뜻하는 '가구 간 이전지출'은 올 3분기 18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7% 급감했다. 2003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올 1분기 -10.1%, 2분기 -15.3% 등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3분기엔 기부금 등을 뜻하는 '비영리단체로 이전지출'도 10.4% 감소했다. 이런 영향으로 세금·사회보험료·이전지출 등을 합한 비소비지출(104만4000원)은 4.6% 줄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