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접근성 '꼴찌'에 안전성마저 취약, 4년 전 상황 그대론데…與 '묻지마 가덕도'

입력 2020-11-18 17:29
수정 2020-11-19 00:47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사실상 백지화’ 결론을 발표하자마자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내년 4월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필수라는 계산에서다. 여당은 이르면 다음주에 특별법을 발의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18일 “여당이 신공항 부지로 가덕도를 강력히 밀고 있지만 후보지 선정과 관련한 절차를 건너뛰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신중론은 펴는 것은 가덕도가 2011년, 2016년 두 차례 정부 타당성 검토에서 모두 ‘결격’ 판정을 받은 만큼 무작정 밀어붙이기는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2016년 검토는 공항 설계 분야에서 세계적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수행한 것이어서 이를 무시했다간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ADPi 검토에서 가덕도(활주로 1개 건설 기본시나리오 기준)는 총점이 619점(1000점 만점)에 그쳐, 김해신공항(805점)과 밀양신공항(686점)에 크게 뒤졌다. 세부 내용은 더 심각했다. 한국경제신문이 ADPi의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 원문을 분석한 결과 가덕도 신공항은 11개 평가 항목(중분류 기준) 가운데 8개에서 꼴찌였다. 그간 많이 부각된 과도한 투자비용뿐 아니라 비항공적 위험, 시장 잠재력, 용량 확장성, 접근성, 지역경제 영향, 생태계 영향, 기타 위험 등에서 낙제점을 맞았다.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성마저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진, 해일, 태풍 같은 자연재해 등이 미칠 영향을 분석한 ‘비항공적 위험’ 부문에서 30점 만점에 9.8점에 그쳤다. 김해(15.8점), 밀양(18.33점)보다도 크게 낮았다. 가덕도 신공항은 바다를 메워 짓는 공항이다. 24t 덤프트럭 870만 대 분량 흙으로 바다를 매립해야 한다. 가덕도는 태풍, 해일 피해 우려가 큰데 바다 매립으로 지반까지 약하니 자연재해에 크게 취약하다는 게 ADPi의 분석이다.

바다 매립이란 요소는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이어진다. ADPi는 가덕도 신공항의 예상 투자비를 8조5850억원으로 추산했다. 김해(4조7320억원)의 1.8배 수준이다. 밀양은 5조1520억원이었다. 더구나 투자비 추산은 2016년 물가 기준이고, 운영비용을 뺀 것이어서 실제 10조원이 넘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가덕도는 김해국제공항에서도 서남쪽으로 30㎞ 밑이다. ADPi가 전체 영남지역에서 도로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에 다다르는 평균 시간을 구해 보니 104분에 달했다. 김해는 83분, 밀양은 77분이었다.

물론 가덕도가 우수한 평가를 받은 분야도 있다. 인구밀집 지역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진 곳에 지어지다 보니 소음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덕분에 소음 영향이 포함된 ‘사회적 비용’ 분야에서 1위였다. 하지만 그 외 경제성·접근성·안전성 등 대부분 분야에서 평가가 낮아 ADPi로부터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2016년 제기된 문제들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는데 김해신공항 재검토 결과가 나왔다고 가덕도를 추진한다니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서민준/최진석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