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웃는데…변액보험은 '울상'

입력 2020-11-18 17:32
수정 2020-11-19 01:39
‘증시가 잘 나가면 변액보험도 잘 팔린다’는 보험업계의 통설이 무너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V자 반등’한 주식시장에 많은 돈이 몰려들었지만 변액보험 시장은 오히려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의 싱크탱크인 보험연구원은 “변액보험의 수수료와 상품 구조가 소비자 친화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반성문을 내놨다.

18일 보험연구원이 펴낸 ‘코로나19와 변액보험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변액보험료 수입은 1년 전보다 6.9% 감소했다. 초회보험료(신규 가입자가 낸 첫 보험료)가 31.9% 늘긴 했지만 해지와 만기 등으로 빠져나간 돈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초회보험료도 지난 1~2월 큰 폭으로 증가하다가 증시가 급반등한 3월 이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주력 상품인 변액연금, 변액유니버설 등 저축성 상품의 초회보험료는 4월과 5월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5% 줄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 일부를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에 따라 돌려받는 금액이 달라지는 실적배당형 상품이다. 2005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초창기에는 주가와 변액보험 판매가 비슷하게 움직였지만 갈수록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우선 변액보험 판매의 60.8%를 차지하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가 위축됐다. 잇따른 ‘사모펀드 스캔들’에 휘말린 은행들이 투자상품 판매를 줄이면서 변액보험 영업에도 소극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상품 자체가 소비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변액보험은 소비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비(보험사 몫)를 떼고 나머지를 투자하기 때문에 납입 보험료가 원금에 도달하기까지 통상 7~10년이 걸린다. 수수료 수준을 놓고 논란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다양한 수수료 구조를 도입하는 동시에 하이브리드형, 지수연계형 등 신상품 개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변액보험은 투자 외에도 사망 보장, 노후소득 지급, 원금보장 옵션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