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대통령도 징역?…중대재해처벌법 '공무원 처벌조항' 논란

입력 2020-11-19 10:02
수정 2020-11-19 10:36

정의당은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거부한다면 더 강한 투쟁을 벌이겠다"며 여야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민주당 내 의원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정의당이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말합니다. 정의당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대재해가 위험을 제대로 예방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기업범죄'임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부담해야 할 사고처리비용이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취지를 밝혔습니다.

법안에는 법인 또는 기관에서 중대재해 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형사 처벌규정이 담겼습니다. 사망이 발생한 사고일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천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 상해가 있을 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했습니다.

법안에는 공무원 처벌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기관의 장 또는 상급자가 해당 직무를 게을리 해 중대재해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나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박주민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의원이 낸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법안'도 비슷합니다. 이렇게 되면 담당 공무원뿐 아니라 장관, 더 나아가 대통령까지 처벌이 가능합니다.


정의당과 민주당 일부 의원이 법안을 추진하면서 언급한 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피해사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석탄화력발전소 사망사고, 이천 물류센터 화재참사 등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적 사고입니다. 이런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인이나 공무원 등 특정 개인에게 무거운 형사 처벌을 규정한다고 해서 사고 예방이라는 입법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이 위헌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할 때는 △목적의 정당성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최소성 등 세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한다고 합니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나 법익의 균형성과 침해의 최소성이라는 헌법적 가치에는 어긋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고와 직접적 인과관계가 적은 또 다른 권리 주체인 기업인과 공무원에게 가혹한 책임을 지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안을 추진하는 의원들의 주장처럼 '사고 수습 비용'이 '사고 예방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합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사고 예방에 더 투자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합당한 수준으로 높여야 할 것입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 사고 시 기업에 최대 1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형사 처벌 일변도의 규제는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형사 처벌이 셀수록 규제 집행이 잘 될 것이라고 인식하는 잘못된 입법 문화가 있다"며 "형벌로 규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습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