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트럼프, 퇴임 전 아프간·이라크 미군 감축 명령"

입력 2020-11-18 07:48
수정 2020-11-18 07: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중순까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중 2500명 감축을 명령했다고 미 국방부가 17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5월까지 완료하기로 한 아프간 주둔 미군 완전 철군 수순으로 보이지만, 공화당 내에서조차 반발하면서 임기 말 백악관과 여당 간 불협화음이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밀러 미 국방부 장관 대행은 이날 국방부에서 취재진에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병력을 재배치하라는 대통령 명령을 이행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했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인 내년 1월 15일까지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각각 2500명 수준으로 주둔 미군을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아프간에는 약 4500명, 이라크에는 약 3000명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출범일인 내년 1월 20일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 퇴임 전까지 아프간에서는 2000명, 이라크에서는 500명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밀러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결정은 미 행정부 전반에 걸쳐 나와 동료들과의 지속적인 논의를 포함해 지난 몇 달 동안 국가안보 각료들과의 계속된 관여를 토대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계획을 업데이트하기 위해 이날 오전 해외의 동맹과 파트너들은 물론 의회 주요 지도자들과도 대화를 나눴다"고도 말했다.

그간 국방부 수뇌부의 조언과 모순되는 이날 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후임에 밀러 대행을 앉힌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에스퍼 장관 축출은 국방부에서 지휘부 숙청으로 이어졌고, 이들 빈 자리에는 트럼프 '충성파'로 채워졌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군 수뇌부가 오랫동안 아프간 주둔 미군을 4500명 이하로 감축하는 것을 반대해왔기에, 그런 인사 교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졸속 감축을 명령할 수 있는 길을 분명히 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은 끝 없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키는 것"이라며 "내년 5월까지 병력이 모두 안전하게 귀국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이다. 이 정책은 새로운 게 아니라, 취임 후 원래 정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아프간 무장반군인 탈레반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탈레반이 알카에다에 안전한 근거지 제공을 거부하는 등의 대테러 약속을 유지하면 내년 5월까지 아프간에서의 완전한 미군 철수를 약속하는 합의서에 지난 2월 서명했다.

이후 미국은 아프간 일부 기지를 폐쇄하고, 수천 명의 병력을 철수시켰다.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와도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협정 체결 이후 탈레반은 아프간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했고, 미국은 평화 프로세스를 위협한다고 비난해왔다. 탈레반의 미군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명령과 관련, 공화당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소속인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몇 달간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철군을 포함한 미 국방 및 외교정책에서 주요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맥 손베리는 성명을 통해 "테러 지역에서 미군을 추가 감축하는 것은 실수로, 협상을 약화할 것"이라며 "탈레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런 감축을 정당화할 어떤 조건이 충족된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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