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추상 조각 개척자’ 최만린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이 17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한국 근현대 조각, 특히 추상 조각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발전에도 공헌했다.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1세대 조각가다. 서울대 조소과와 같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했으며 서울대 미대 교수와 학장,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을 지냈다.
고인은 동양철학의 근원적 속성을 담은 작품세계로 ‘한국 추상 조각의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1958년 한국전쟁의 상흔을 표현한 ‘이브’ 연작으로 명성을 얻었으며, 1960년대부터 ‘천’ ‘지’ ‘현’ ‘일월’ 시리즈 등 서예 필법과 동양 철학이 모티프가 된 작품을 발표했다.
최근까지 생명의 보편적 의미와 근원의 형태를 탐구하는 ‘태’ ‘맥’ ‘0’ 시리즈 등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1997년부터 2년간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재직한 고인은 1998년 미술계의 숙원인 덕수궁 분관을 열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리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미술전에 참여했다. 2007년 대한민국미술인대상, 2012년 대한민국예술원상, 2014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 성북구가 고인의 자택을 사들여 성북구립 최만린미술관으로 조성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인 성우 겸 배우 김소원 씨, 아들 최아사 계원예술대 건축학과 교수, 딸 연극배우 최아란 씨가 있다. 탤런트 최불암 씨가 동서다. 빈소는 여의도성모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 오전 8시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